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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랑 May 18. 2024

오사카 어느 동네 길거리

소요시간:50분(8:00~8:50)

행선지:주민센터(동사무소)

방식:걸어서


오늘은 구청 바로 옆에 있는 주민센터에서 관서지방(오사카, 고베, 교토지역)분들이 주재하는 어린이번역회 모임이 있어서 사전 답사를 할 겸 다녀왔다.


어린이번역회는 아주 오래된 단체로 내가 오사카에서 유학했을 때 자주 참석했던 모임이었다. 일본사람, 재일교포 분이 중심이 되어 모임이 꾸려지는데 우리나라의 그림책, 동화책, 청소년도서 등을 번역 출간했다.


내가 묵은 호텔은 오사카 시내 바로 옆 서민들이 사는 곳에 있는 데다 어린이번역회가 열리는 주민센터까지 걸어서 8분 정도 걸렸다.

 

큰길 양 옆으로 작은 골목들이 많았고 건물과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큰길을 가면서 골목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걸어가는데 길가에 쓰레기가 흩어져있다. 아무래도 까마귀의 소행 같다. 그물망으로 덮어놨는데도 이곳저곳이 어질러져있었다.

이곳은 유명한 상점 거리이기도 해서 밤늦도록 열려있는 음식점도 많아 술 취한 샐러리맨과 때를 놓친 저녁을 해결하기 위 사람들로 북적거리는데  아침의 상점 거리는 한산했다.


큰길이건 작은 길이건 자전거 탄 사람이 정말 많다. 앞 뒤로 자녀를 태우고 가는 엄마들도 많고 한 손에는 양산을 든 채 자유자재로 길을 가로지르는 여성, 스마트폰을 보면서 가는 남성 등 정말 자전거가 마치 본인의 몸의 일부분인 것처럼 능수능란하다. 볼 때마다 무슨 길거리 서커스를 보는 기분이 들곤 한다.


어린이번역회 모임이 있는 주민센터를 확인다. 화단에 피어있는 꽃이 화사하다.

주민센터 바로 옆으로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서 들렸더니 미끄럼틀이 무슨 커다란 놀이기구 같다.


미끄럼틀 가까이로 올라가 보았더니 캔맥주와 안주 봉지로 어지럽다.

간밤에 밤새 마음 둘 곳 없어 잠 못 이룬 누군가가 이곳에서 배회한 것일까.


맞은편 길로 건너가 호텔로 향했다.


가타카나로 대창이라고 쓴 고깃집이 보다. 옛날에는 곱창이건 대창이건 모두 버려서 <ホルモン>이라고 했다는데  여기서 곱창집을 보았다.


도시락집 지나쳐 편의점을 지나는데 그동안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곤 했던 편의점 간판이 눈에 띄었다.


패밀리 마트인데 바로 아래에 편의점 이름보다 더 크게 술과 담배가 쓰여있다. 술과 담배가 가장 주력 상품이겠지. 그러니까 이렇게 크게 써놓았겠지. 나도 여기서 어젯밤에 캔맥주 한 캔을 샀다. 그런데 가게 이름이 <패밀리 마트>여서 뭔가 슬프다.


호텔에 도착했더니 조식 마감 시간 10분 전이었다. 주먹밥만 남고 볶음밥이랑 흰밥은 없다. 남은 반찬과 음료수를 챙겨, 이런저런 만남과 사연과 생각에 간밤에 잠 못 든 나 또한 새로운 아침 햇살로 체인지하며 늦은 아침을 마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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