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언니네 반려견 별이에게 물렸다
에세이 하루와 하루 사이
고향에 갔을 때 읍내에 사는 큰언니네 가게를 들린다. 큰언니는 주문 들어온 전화를 받느라, 손님을 받느라 바쁘다.
가게에 큰언니네 반려견 별이가 함께 있다. 별이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말을 걸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생긴 작고 하얀 몰티즈이다. 별이랑 잠시 산책을 다녀오겠다고 말해본다. 언니가 별이 목줄을 건네주며 요새 별이가 좀 사납다고 말한다. 그러고 나서 바로 나는 별이에게 왼쪽 정강이를 물리고, 오른쪽 허벅지를 물린다.
먼저 물린 정강이 쪽은 미처 피할 틈이 없어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날 정도로 물리고 말았지만, 허벅지는 순간적으로 피해 가벼운 피멍만 들었다.
별이가 설마 이렇게까지 물 줄 미처 몰랐지만, 내 쪽에서도 방심했다.
나는 언니네 집에 있는 약으로 간단하게 응급처치를 하고 별이와 함께 산책을 나선다. 별이는 틈만 나면 내 쪽을 향해 달려든다. 나는 이제 요령이 생겨 별이가 달려들어도 잘 달랜다.
길거리에서 사람들 옆을 지날 때는 특히 조심하여 별이를 잡아끈다. “별이야 이리로 가보자.”, “별이야 저리로 가보자.”며 계속 말도 건다. 길 가던 사람들은 별이를 보고 “아이고 이쁘기도 해라.”며 지나간다.
처음에는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별이를 유도하다가, 별이가 가고 싶고 하고 싶은 행동을 따라가고 지켜본다. 별이는 이제 내게 달려들지 않고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 맘껏 뒹군다. 나는 이왕 이렇게 된 것 별이 너 하고 싶은 대로 어디 한번 다 해봐라, 하는 맘이 된다.
별이는 이제 더 이상 나를 물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나는 무방비 상태에서 한번 별이한테 물렸고, 별이에게 아무 말하지 않았으며, 별이의 뜻을 받아주었다. 별이도 다 아는 것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처음에 별이한테 물렸을 때 물론 아팠지만, 또 아무렇지도 않았다.
나는 가끔 작은 찰과상 같은 것에 온 우주적인 신경이 쓰여, 끙끙거릴 때도 있으면서 이날 별이에게 물렸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이다. 나 자신도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참이 지나 별이에게 “이제 집에 가자.”하고 말해본다. 가게 앞까지 왔는데 별이가 들어갈 생각을 안 한다. 더 놀고 싶은 것이다. 별이와 나는 다시 길가로 나선다. 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냄새를 마주치면 아무 데나 한참을 비비고 난리가 아니다. 간신히 별이를 달래 큰언니 가게로 온다.
큰언니는 별이가 불안 장애라고 말한다. 한참 바쁠 때 별이가 혼자만 집에 있은 적이 있었단다. 가족 모두 별이에게 한 번씩 물렸단다. 조카도 물리고, 가게 일을 하시는 직원 분도 물리고, 별이는 가장 친하고 자신을 예뻐해 주는 존재들에게도 상처를 남긴 것이다. 별이는 목줄을 빼고 우리가 앉아있는 의자에도 다소곳이 앉아있고 내 쪽으로도 살갑게 다가온다.
아픈 별이는 자신의 아픔을 자기 스스로 어쩌지 못하고, 화를 내고, 달려들고, 문다. 별이는 자신의 아픔을 이 방법 말고는 알릴 방법이 없다.
나는 약국에 들러 소독약과 연고와 대일밴드를 잔뜩 사들고 엄마네 집으로 돌아온다.
나는 별이에게 물린 상처를 치료하면서 물린 자국을 집중하여 유심히 쳐다본다. 그러다 보니, 소파에 누워 계신 엄마 발바닥의 검은 자국이 보인다. 내 상처에 주목하니, 어제까지도 오늘 아침까지 보이지 않았던 엄마의 상처가 보인다. 엄마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엄마의 발바닥을 유심히 살핀다.
발바닥이 벌레에 물린 건지 날카로운 것에 찍힌 것인지 자국이 나 있고 염증이 생겼다. 나는 엄마에게 아프지 않았냐고 물어본다. 엄마는 아무렇지 않다고 말한다.
나는 별이에게 물린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사온 약을 엄마 발에 바른다.
그다음 날 아침에도 바른다. 조금 지나자 엄마 발바닥 염증이 사라지고 없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별이에게 물린 내 상처도 다 나아 아주 옅은 자국만 남아있을 뿐이다. 별이는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여 언니에게 전화를 한다. 언니가 느긋하게 별이와 함께 할 것이라며, 사진을 보내준다. 까만 눈동자와 까만 코가 똘망똘망한 게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예쁘다. 미세하게 남아있는 자국을 다시 본다. 물린 자국이 마치 문신 같기도 하다.
나는 언니가 보내준 별이 사진을 바라보며, 별이 안의 상처와 자국이 모두 가셔 이 존재 자체가 지닌 예쁨 그대로 이 작은 영혼 안에 함께 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