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고사리를 꺾으러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에세이 하루와 하루 사이

by 강이랑

봄철, 드디어 비가 왔다.


어머니는 허리 수술을 받고 병원에서 알려준 운동을 하며 재활치료를 하고 있었고, 아버지는 무릎이 고질적으로 아파 고생하고 있었다.


나는 고향에 내려가면 가자마자 대대적으로 청소를 시작한다. 방바닥을 쓸고 닦고, 부엌을 청소하고, 화장실과 다용도실을 청소한 다음에, 마당을 쓴다. 그리고 수건이나 아버지의 외출복 등을 손빨래하여 널고, 이불 빨래도 하거나 털고 말린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농사일이었다.


막 모종을 마친 깻잎과 고추, 캘 때가 다 된 마늘이며 땅에서 막 잎이 나온 호박이 바싹 말라가고 있었다. 나는 엄마 지시하에 텃밭 작물들에게 물을 준다. 비가 오지 않아, 풀 뽑기도 여의치 않다. 엄마는 비가 오고 나면 꽃밭과 텃밭의 잡풀을 뽑아야 한다고 몇 번을 이야기하신다.


드디어 비가 왔다. 나는 다시 엄마 지시하에 풀을 뽑았다. 엄마 말대로 쑥쑥 잘 뽑힌다. 장갑 낀 손은 순식간에 축축해지고 난 온몸이 흙투성이가 되었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밖을 둘러보고 온 아버지가 아침 먹고 고사리를 꺾으러 가잔다. 나는 그러마고 한다. 그리고 아침을 먹는데, 아버지 머릿속에는 온통 고사리 생각뿐이다. 얼른 아침을 먹으란다. 빨리 고사리를 꺾으러 가잔다.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밥 먹고 가면 돼요.” 내가 말하자,

“그러면 남들이 다 꺾어가 버려야.” 그러신다.


그러자 난 짐짓, 엄마는 허리가 아파 수술한 상태이고, 아빠는 다리가 아픈데, 두 분 중 누가 고사리를 꺾으실 거냐고 물어본다. 나더러 꺾으라는 것이다. 그러니 얼른 밥을 먹으라는 것이다. 누가 다 꺾어가 버리기 전에.

나는 고사리를 꺾으러 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길은 젖어있고, 두 분은 몸도 안 좋은 상태이고, 나는 아침을 마저 먹겠다고 말한다. 부모는 다시, 그럼 다른 누가 다 꺾어가 버린다고 한다.


“누가 꺾어가든 말든 내버려 두세요.”


그러자 엄마가,


“그래야 밥 벌어먹고 살지 너처럼 하다가는 밥 못 벌어먹고 살아야.” 그러신다.


나는 그래도 괜찮다고 한다.


우리는 아침 식사를 하다가 고사리 전쟁을 치렀다. 진즉에 식사를 마친 두 분은 마당으로 나가신다. 나는 혼자 천천히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시작한다.


조금 있으니 아버지 차에 시동 거는 소리가 들린다. 아버지 혼자만 나가시는 게 아니라 어머니도 함께 나가신다. 나는 설거지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려다 투명한 방충망이 닫혀있는 것도 모르고 내딛다 발을 찧는다. 호기있게 내디딘 발걸음은 된통 방충망에 걸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내 다리로 고스란히 통증으로 되돌아왔다.


부모는 고사리를 꺾으러 갔을까.

아니었다. 두 사람은 잠시 차를 타고 그냥 한 바퀴 돌고 온 듯했다.

우리는 언제 고사리 전쟁이 있었나 싶게, 다시 셋이서 점심상을 마주하고 앉아 점심을 먹고, 저녁을 먹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삶의 의욕이 크게 없던 두 사람은 딸이 와서 깨끗해진 집에서 깨끗한 이부자리를 펴고 잠을 자고, 딸이 차려준 밥을 먹으며, 마침 기다리던 단비까지 내리자, 뭔가 삶의 의욕이 생겼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한 사람은 허리 수술을 하였고, 한 사람은 무릎이 성하지도 않은데, 지금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지도 않고, 빗길에 고사리를 꺾으러 가자는 행동이 무모해 보였다. 고사리가 뭐라고, 누가 좀 꺾어가면 어떻다고, 이렇게 욕심을 내는 것일까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부모에 반기를 든 나는 단비가 그친 아침, 마음에도 생채기가 나고 몸에도 생채기가 났지만, 고사리를 꺾으러 가지 않겠다고 말한 나 자신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고사리 전쟁이 있었지만 평소대로 점심을 먹었고, 저녁을 먹었으며, 평소와 같이 잠을 잤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을 맞이했을 때는 고사리가 아닌 또 다른 그 무엇이 그들을 과욕으로 내몰지 모르지만, 그건 또 그때의 일이고, 지금 부모님 마음에 고사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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