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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애 Sep 20. 2022

사이버 세상에 입문하다

90년대 중반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을 주축으로 한, 4대 PC 통신 시대 때만 해도 전화 랜선으로 접속해야 했으므로 통신비 부담 때문에 선뜻 들어가 보지 못하고 막연한 동경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러다가 2000년도에 들어서 전용선을 타고 인터넷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나도 사이버 세상에 입문할 수 있게 되었다.


10년 넘게 다녔던 직장을 1997년도에 육아 문제로 그만둔 후 전업주부로 살았다. 세상과 단절된 느낌 때문에 어쩌면 우울증에 빠졌을지도 모르는데 인터넷은 집에 앉아서도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다양한 정보를 얻기도 하고 세상과 접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어 주었다.


물론 땅에 발을 딛고 부대끼며 직접 경험하는 현실만큼 더 아름답고 중요하겠는가, 마는 인터넷은 자판을 두드려 손쉽게 메일을 주고받거나, 공감이 가는 게시글을 읽으며 때론 위안을 얻기도 하고, 따스한 덧글로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끔은 내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힘을 줄 수 있다는 데에 새로운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처음엔 남들처럼 나도 이름 대신 닉네임을 사용했었는데 지금은 그냥 내 이름 그대로 글을 쓴다.

결혼과 함께 나조차도 서먹해져 버린 내 이름이다. 누구 엄마, 누구 아내, 아줌마로 불리다 영영 내 이름을 잊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내 이름 석 자를 보고 누군가 예전에 알았던, 설사 내가 아닐지라도 자신이 알았던 사람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내 이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자신을 절제할 수 있고, 글쓰기에 신중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인터넷을 모르면 문맹인 취급을 당하는 세상이다. <설거지보다 더 쉬운 인터넷>이란 책이 나올 정도로 컴퓨터에 대한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검색 창에 찾고자 하는 단어를 입력하고 마우스로 클릭만 하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처음엔 어느 한 사이트를 정해놓고 그 사이트의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읽는 것부터 시작해보고 공감한 글에 덧글 한 줄 올려보기로 하자. 독수리 타법으로 손가락 두 개를 콕콕 찍으면 어떠랴? 조금 더뎌서 그렇지, 그것도 익숙하면 속도가 생기게 마련이다.


한평생 생계를 책임지느라 휜 허리 펼 새도 없이 인생의 뒤안길에 선 나이 드신 분들께도 적극 권해 드리고 싶다. 세상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세대에게 그분들의 연륜과 삶의 경험을 들려주고 나아가 손자 손녀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신식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보심이 어떨까?

아마 예전에 맛보지 못했던 색다른 경험과 함께 생활에 활기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기회가 되는 대로 부모님께도 인터넷을 접할 수 있게 해 드리려 한다. 아마 책으로 몇 권은 될 세월을 풀어보시지 않을까?


**구보 <북소리> '아줌마 발언대'에 투고했는데 이 글이 실린 걸 보면 투고한 경쟁자가 없었던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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