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풀이불
"일어나, 눈을 떠."
아이가 속삭인다.
실눈이 살짝 뜨인다.
연한 초록빛 풀과 아이의 실같은 단발머리는
봄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눈을 뜨고 바라 본 책상 위에는
종이가 놓여있다.
'그래, 일기를 쓰고 있었지.'
이 현실, 어른이 되어 마주한 세상이 벅차서 흘러넘친 물을
연필과 물감으로 그리고 있었지.
아이에게도 책상이 있었다.
글과 그림을 새기던 분홍빛 책상... ... .
의자에 앉은 꼬마의 발이 바닦에 닿지 않던,
야무진 작은 손이 조물조물 움직이던,
그리움의 기억.
'그 기억들의 따스한 입김.'
부디 따뜻하라고, 용기를 내라고.
눈을 뜨고 기지개를 편다.
다시금 연필을 손에 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