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여행사이, 어딘가
어느 봄날, 동네 탄천 길
연둣빛 잎사귀, 시원하고 따뜻한 나무 그늘 아래
할머니 두 분과
나, 세 사람만 있었다.
평소 같으면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는 뒷모습.
하지만 그 즈음
드라마 <anne with an e>에 빠져 있는 중이었던 난
앤과 다이아나가 떠올랐는지
'이 순간'을
담아두고 싶었다.
한 분은 지팡이에 살짝 의지하고 계셨지만, 흩날리는 옷자락이 맑았다.
다른 할머님은 아직 기운이 있으신지, 아님 '건강하겠다'는 의지이신지
베낭을 메고 팔을 앞뒤로 최대한 저으며 걸으셨다.
모자와 스커트로 곱게 단장하신 모습도.
말 없이 서로 편안해보이는 맑은 공기도.
'좋았다.'
'닮고 싶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서도
인생에서
따스한 햇살아래
같이 걸을... 편안한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리고
그 순간을 남길 수 있다면
편안히 눈 감을 수 있는 인생이 아닐까... ... ?
문득 두 분의 뒷모습이 떠오르는
2022년 1월의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