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비수 Jan 23. 2022

나일강의 별

허구와 현실 사이의 구름

illustration by tobysoo


"넘어와, 이브라힘!"


이브라힘은 한숨을 푹 쉬며 난간을 넘어 내 옆에 앉았다.


"이브라힘, 나 지금 엄청 취한 것 같은데. 이 난간에서 떨어지면 죽을까?"


나는 난간 밖으로 다리를 덜렁덜렁 흔들며 물었다.


"글쎄...... ."


"내 생각엔 안 죽을 거 같아. 요즘 나일강에 맨날 뛰어들면서 헤엄치는 기술이 늘었거든."


 나는 다리 높이를 가늠해 보며 말했다.

 나는 어쩌면 무슨 짓을 해도 죽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꿈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적어도 이 곳에서는 그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내게 아무런 상처도 입힐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이쯤 되자 나는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분간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매일 그 경계를 넘나들고 있었다.

 깊고 검은 밤 별들이 자르르 박힌 나일강 위에서 세일링을 하는 것.

 그런 장면은 나는 꿈에서도 꾸어본 적이 없었다.

 


사방은 고요해졌고 강물은 쥐죽은 듯 잠잠했다. 우리는 몇 시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미미한 밤바람을 가늠하고 있었다.

 비릿한 물 냄새가 나는 나일강에 발을 담그자, 별들이 흩어지고 흔들렸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만약, 정말로 내가 아프리카에 있는 동안 죽게 된다면 그건 꼭 지금 같은 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조은수, <스물셋, 죽기로 결심하다> 중에서




나 또한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꿈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적어도 꿈이있기에 이 퍽퍽한 현실을 버틸 수 있었는데

정말 그 꿈에 가 닿을 수 있는지, 나만의 환상은 아닌지

외롭고 불안하다.


적어도 이 책을 읽을 때에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느껴본 사람이 있다는 것이 

반가웠고 위로가 되었다.

그로부터 긴 세월이 흘렀고, 나는 여전히 제자리인 것 같다... ... .

새해 블루 인가

기력을 되찾고 블루에서 따스한 옐로로 하나하나 이루어가고 싶다.


건강도 

그림도

생업도 

마음의 평온도 


작가의 이전글 두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