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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May 06. 2022

어른들을 위한 아스퍼거 증후군

written by 가토 노부마사 

가토 노부마사: 쇼와 대학교 의학부 교수이자 동대학 부속 병원 원장. 뇌과학과 유전자 연구에 기초한 성인 아스퍼거 증후군 치료법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 관련 책을 많이 읽었지만 이 책만큼 간결하게 아스퍼거 증후군을 설명한 책은 드물다.


일본 정신의학과 박사가 집필한 이 책은 번역투의 문장에 중복되는 내용도 많지만 일반인이 이해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아스퍼거 증후군 성인에 대한 특징부터 아스퍼거 증후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요인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성인들이 원만한 생활을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그림과 함께 알기 쉽게 정리했다.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가이드 북으로 손색없는 책이다.


작가는 아스퍼거 증후군은 사회복지학적 관점에서는 ‘개성’이라 할 수 있으나 의학적으로는 ‘질병’이라고 확실히 못 박는다. 나는 ‘개성’이라는 입장에 더 호의적이지만, 사실 아스퍼거 증후군이 하나의 개성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의사소통 훈련이나 사회성 프로그램과 같은 활동을 통해서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적 관계에서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이나 고립감 등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나는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진단받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다. 한 사람에 대한 의학적 꼬리표를 붙이는 느낌이랄까? 어린아이도 아니고 다 자란 성인이 아스퍼거 진단을 받는 게 과연 의미 있는 일인지 의구심이 멈추지 않았다. 뒤늦게 아스퍼거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다고 그동안 발목 잡았던 문제가 풀리는 느낌이었다고 고백한다.


자폐 스펙트럼에 포함된다는 사실에 절망을 느낄 것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했지만 관련 도서를 몇 권 읽고 나니, 이 진단이 중요한 이유를 알게 됐다. 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상한 사람인가? 에 대한 의문을 해결해준다는 것.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나의 뇌가, 나의 신경이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게 작용한다는 객관적 사실은 그동안 사회적 관계에서 많은 좌절을 느꼈을 누군가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 나의 신경이 기능적으로 다르게 작동한다는 사실. 그건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이 일찍 진단을 받을 경우 좋은 점도 물론 존재한다.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이 어렵고,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때론 어눌해 보이는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들은 또래 아이들에게 따돌림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은 이런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따돌림 가능성’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어쩌면 아스퍼거 진단이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을 때 작은 방패막이되어 줄지도 모르겠다.


혹시나 또래 관계에서 문제가 있는 아이에게 “네가 따돌림당하는 건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저 신경 기능상의 문제일 뿐이라고. 다만 다른 사람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네가 노력할 점이 있는 거라고. 많이 힘들겠지만 노력하는 너를 응원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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