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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May 20. 2022

경계선 지능과 부모

written by 박찬선

박찬선: 인지학습치료 전문가. 연아혜윰 대표. 오랜 기간 느린 학습자를 교육한 전문가로서 정상 지능과 지적 장애의 경계에 선 아이들에 대한 폭넓은 경험이 담겨 있다. 정서 장애, 학습 장애는 물론 자폐적 성향을 가진 경계선 지능을 구분하고 이에 맞는 접근법을 소개한다. 




경계선 아동이 아니더라도 평균적인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도 충분히 유용한 책이다. 읽다 보면 잘 정리된 육아 서적처럼 느껴지는데 그 내용이 방대하다.


경계가 되는 선. 나는 내 아이가 경계선이라고 느낀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지 않는 아이. 경계선 지능은 아니지만 자폐적 성향으로 봤을 때 아이는 경계선에 가깝다. 성향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말할 수 없는. 아주 오래 전, 나 스스로를 정의할 때 '선 위에 있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쓰곤 했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사람. 그때 나는 아웃사이더도 인사이더도 아닌 확실히 정의하기 힘든 모호함을 강조하기 위해 이 단어를 사용했는데, 지나고 보니 나도 경계선에 해당하는 사람 같다. 아이도 나를 닮았다.


가끔 이 '경계'는 누가 정할까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지적 장애의 기준은 IQ 69 이하. IQ 70에서 85에 해당하는 아이들을 경계선 지능이라고 한다. 미야구치 코지의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에 따르면 IQ85 미만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16%에 해당한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궁금증이 일지만 이들이 세상에 살아가기 위해 여러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은 확실하다. 박찬진 소장의 결론도 비슷하다. 


경계선 지능 아동에 대한 지도는 특별한 배려를 기반으로 해서는 안된다. 장애 아동이 아니므로 개입과 도움을 제공하기보다는 더욱 세심하고 주의 깊은 설명과 지도가 필요하다. 개입이나 도움은 스스로 해낼 수 없을 때 필요하고, 설명과 지도는 스스로 해낼 수 있으나 방법을 모를 때 필요하다. 따라서 아이를 위한다고 부모가 교사에게 특별한 배려를 강요하거나 부탁하는 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P280


저자는 ‘경계선 지능 아동들은 장애 아동이 아니다’라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한다. 다만 배우는 능력이 조금 부족할 뿐 인내를 갖고 지도하다 보면 기능하는 생활인(보통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것이라고 말해지는)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어떤 의도로 경계선 지능 아동이 장애 아동은 아니라는 말을 하는지 짐작할 것 같다. 사실 ‘장애’라는 말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유독 피하고 싶은 단어다. 그만큼 선입견도 많고 장애인들을 비하하는 경우도 잦다.


그런데 이 장애란 말의 쓰임이 좀 모호하다. 모 연예인이 공황 장애로 방송 활동을 쉰다고 한다. 그럼 이 연예인은 장애인인가 아닌가?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데 신체적 혹은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장애인’이라 말하지만, 사실 ‘장애인’은 아니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상당히 흔하다. 우울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장애인은 아닌 것처럼. 사실 나는 이런 이유로 장애인이란 말을 사용하길 꺼린다.   


저자는 경계선 지능 아동들이 장애인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실제로 경계선 지능 아동들은 국가장애판정 기준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나는 ‘경계선 지능 아동들이 장애 아동은 아니다’라는 말 대신 주변의 관심과 도움이 조금 필요한 느린 학습자라고 고쳐 말하고 싶다.


이 책만 봐도 알 수 있다. 말도 어눌하고 주의력도 짧고 준비물도 잘 챙기지 못했던 경계선 아동이 성인이 되어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나간다. 지능지수 70에서 85. 경계선 지능을 가진 아동이라도 학교 생활을 하며 꾸준히 공부하다 보면, 언젠가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많은 노력일 필요하겠지만 이들은 대학에 진학하기도 하고 취업에 성공하기도 한다.


‘지능지수라는 숫자에 자신의 매어 놓고 싶지 않다’는 규원(가명)씨의 말이 인상적이다. 사실 지능지수도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지능지수는 변할 수 있고, 특히 끈기있게 노력한다면 그 변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니 너 자신을 지능지수란 숫자에 가두지 말아라.





그냥 나라는 사람을 믿고, 다만 꾸준히 노력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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