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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Jul 01. 2022

던 프린스 휴즈 Dawn Prince-Hughes

고릴라 왕국에서 온 아이

 프린스 휴즈 : 미국의 인류학자이자 영장류 학자. 우울한 성장기를 보낸 , 우연한 기회에 영장류와 교감하며 자신이 평생  일을 찾았다. 불우한 어린 시절과 드라마틱한 인생 사이클과 다소 개방적인 성관념이 혼란스럽게 다가오지만, 이거 하나는 분명하다.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세계를 찾았다.  




뒤늦게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은 한 여성의 인생사가 거칠게 펼쳐진다.


학교 중퇴, 노숙자 생활, 직업 댄서 그리고 영장류 학자가 되기까지. 전에 읽은 [나를 똑바로 봐]도 그랬지만 이들은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 데 뚜렷한 문제를 보이고,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지만 아스퍼거 특유의 지적 탐구심과 집중력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다. 그 세계는 조금씩 확장되어 타인의 세계와 관계 맺기 시작하고, 결국 ‘우리’라는 세계에 안착한다. 현실은 여전히 좀 힘든 구석이 있고 참아야 할 때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보며 십 대 환경운동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레타 툰베리’가 떠올랐다. 환경운동가와 동물보호 운동가,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는 일은 힘들어도 자연이나 동물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감정적 교류를 하는 게 신비해 보인다. 보통 사람이라면 다다를 수 없는 그 특이성이야 말로 어쩌면 우리의 삶을 바꾸는 힘이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가능성을 인정해 주고 싶다.


사람들이 하는 말의 숨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특정 상황에서 해야 할 예의 바른 표현이나 행동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것이 손가락질받을 일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근본적 원인이 신경학적 발달의 문제 때문이라면 더욱 그렇다. 반복적인 교육과 훈련으로 어느 정도 나아질 수 있으나, 태어날 때부터 의사소통에 대한 문제를 갖고 있다면, 그 다름은 마땅히 포용해야 한다. 더욱이 남다름은 평범한 사람들이 갖지 못하는 능력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니까.


‘고기능 자폐인들이 자신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한 채 지능을 이용하여 정상으로 보이는 방법을 찾는다’는 작가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들여다볼 시간도 갖지 못한 채 ‘평범함'을 가장하는 것. 이건 내 모습이기도 하다. 나는 아이에게 늘 말한다. 

“네 머리를 이용해. 넌 똑똑하니까 평범하게 보일 수 있을 거야.” 

나는 아이의 독특함을 대단히 예민하고 민감한 것으로 둔갑시키고, 보통 사람들이 할 만한 일들을 아이 속에 꾸역꾸역 집어넣는다. 반대로 이런 생각도 든다. 아직은 어린 시기, 하루가 다르게 뇌와 신경이 발달하는 이 시간을 놓칠 수 없다고. 기질이나 성향이 바뀌기는 힘들겠지만 세상에서 매일 같이 일어나는 일들을 힘들이지 않게 지나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싶다고. 아이가 조금 더 자라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균형을 찾았으면 좋겠다.


가족 중에 자폐인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가끔 난감할 때가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특히 자녀가 자폐증 진단을 받은 경우 그들은 진단 결과를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는다. 꼬리표를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장담하건대 자폐인인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것을 언제나 알고 있으며, 게다가 그 이유를 몰라서 크게 힘들어한다. 그가 자신의 상태를 일컫는 이름을 갖지 못한 채 자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그에게 꼬리표를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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