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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Jul 29. 2022

발달장애를 깨닫지 못하는 어른들

written by 호시노 요시히로 

호시노 요시히로 Yoshihiko Hoshino : 후쿠시마학원대학 대학원 교수. 아동정신의학, 학교 상담 및 정신약리학이 전문 분야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의사소통하는데 미흡한 아스퍼거 증후군, 읽고 쓰기 등을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습장애를 통칭해 ‘발달장애’로 구분하고, 발달장애를 안고 있는 어른들의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발달장애를 깨닫지 못하는 어른들]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아스퍼거 증후군을 중심으로 지적 수준이 높은 경도(고기능) 발달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을 보여준다.


학습에 특별한 문제가 없어서 학교생활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사회생활에서는 산만하거나 충동적이거나 자기중심적인 행동으로 주변에서 부정적인 평판을 듣는 게 대표적이다. 직장에 적응하지 못해 주변을 겉돌면서도 근본적인 이유를 찾지 못하는, 그래서 술이나 담배, 카페인에 의지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약해서 여러 합병증 가령, 우울증이나 신경증, 대인공포증과 공황장애, 나아가 경계성 인격장애, 자기애성 인격장애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책에 수록된 어른의 발달장애 자가 진단 리스트도 참조해 볼 만하다.


아무리 학교 성적이 좋다고 해도, 예를 들어 ‘사회성 발달’이 미숙한 아이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아마도 학교의 집단행동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이차 장애나 합병증을 나타내기 쉬울 것이다. 또한 취업을 한다 하더라도 직장에 잘 적응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는 성적이 우수한 아이일수록 발달장애를 못 알아보고 지나치기가 쉽다. 성적이 좋으면 약간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도 “저 아이는 좀 유별나니까.”하고 쉽게 지나가기 때문이다. 또 발달장애가 의심되더라도 다른 사람의 이목 때문에 부모든 선생님이든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측면도 있다. 그리하여 아무런 치료나 상담도 받지 못한 채 어른이 된 경우가 많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학교 공부는 잘 따라가지만 행동이 유별난 아이를 보고, '이 아이는 유별나서 그래.'라고 넘어가는 것과 '이 아이가 발달장애라서 그래.'라고 생각하는 것 중 무엇이 더 나은 걸까? 남다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으로서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아이가 그냥 좀 유별나네!’ 정도로 넘어갔으면 좋겠다. 타인의 시선이 ‘이 아이, 혹시 발달장애 아니야?’에 머무는 순간, 그 생각은 곧 다른 이에게 전해지고 전해져 아이에 대한 꼬리표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내 아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남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지기 싫어하는 아이, 화를 잘 내는 아이, 엉뚱한 말을 하는 아이,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아이, 수학을 잘하는 아이,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 수줍음이 많은 아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아이. 이 모든 것이 내 아이를 설명할 수 있지만 이 중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 혹은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진단받은 아이’라는 표현만큼은 사양하고 싶다. 내 아이가 발달장애라는 이미지 안에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와 반대로 내 아이가 아니라 누군가 다 자란 성인이라면, 다름 아닌 나 자신이 발달장애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마도 나는 내가 가진 문제의 뿌리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그것이 ‘발달장애’라는 말로 귀결되더라도, 이 또한 내 모습임으로 인정해야 한다. 특히 자신의 무지한 행동으로 반복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라면, 발달장애라는 이름이 자신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 줄 수도 있다.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그저 뇌신경 자체가 다르게 발달한 것뿐이야.


아마 작가의 말처럼 성인 발달장애도 적절히 치료를 하면 나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약물치료, 상담, 인지행동요법, 자조그룹(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고통과 경험을 나눔)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나는 이 책을 내 아이를 바라보는 타인이 아닌, 이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그 누군가가 읽었으면 좋겠다. 다른 이들을 발달장애라는 틀에 가두려는 사람들 말고.


다만 ‘발달장애는 만병의 근원’과 같은 작가의 표현은 무모하게 느껴진다. 성인이 되어 맞닥뜨린 문제의 원인을 그동안 자신이 알지 못했던 ‘발달장애’에서 찾을 수도 있지만, 그 모든 문제가 발달장애에서 비롯되지는 않는다. 발달장애가 아닌 다른 원인들, 가령 자라온 가정환경이나 승자독식의 사회적 분위기, 교육 수준이나 개인의 인성이 이유가 되기도 한다.


발달장애로 설명할 수 없는, 여러 문제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보았다. 대단히 똑똑하지만 너무나 이기적이고, 자기 마음대로 다른 이들을 이용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에게 어떤 '장애'라는 말을 붙여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어떤 사람은 상사에게는 훌륭한 부하지만 부하직원에게는 악질인, 도저히 같은 사람이라 볼 수 없을 만큼 다른 행동을 보이는 악랄한 사람도 분명 있다.


사실 작가도 발달장애를 갖고 있다. 책에 후반부 작가는 자신이 ‘ADHD 경험자라고 언급한다. 진단을 받았다가 아니라 ADHD 경험자라고 언급하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눈에 띄게 주의력이 부족했고  멍한 상태로 있을 때가 많았다,  말한다. 주의가 산만하다 보니 사고도 많고 몸을 다친 적도 많았다. 음악이나 체육은 형편없었으나 산수나 국어는 남들보다 잘했고 의과대학에 합격해 의사가 되었다. 제때 씻지도 않아  몸에 냄새가 나던 작가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있었던 이유는 크게 2가지. 의사라는 자유업에 종사한다는 점과 작가 옆에서  도와주는 아내가 생겼기 때문이다.


작가가 강조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많기 때문에, 자신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을 찾아야 한다. 사회적으로도 발당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베토벤, 아인슈타인, 피카소와 같이 빛나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놓칠 수도 있다.  


60여 년에 걸쳐 발달장애인으로 살아온 나 자신의 경험과, 정신과 의사로서 보아온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 어른의 발달장애는 치료할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발달장애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런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도 이런 사실을 잘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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