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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Sep 02. 2022

아임 파인

written by 이진희, 김상현 

이진희 & 김상현: 아들 김상현의 일기장으로 책을 만든 엄마 이진희. 담담하게 아들과 자신의 삶을 기록한다.
세 살 무렵 자폐 진단을 받은 아들 김상현. 어린이집 통합반을 시작으로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급에서 공부하며 총 12년 간의 공교육 과정을 마쳤다. 발달장애인훈련센터를 다니며 영화 복원 훈련을 받는 중 우연한 기회에 컴퓨터로 작업하는 IT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얻었고, 어느덧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다.




아들이 일기를 쓰고 엄마가 아들의 일기를 읽고 정리한다.


어디에 갔고 누구를 만났고 무엇을 했다, 와 같은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도 엄마 눈에는 다르게 보이나 보다. 내 눈엔 그저 하루의 일과를 열거해 놓은 것 같은데... 솔직히 아들의 일기는 재미있지 않았다. 그림이 섬세하고 영어 알파벳을 또박또박 쓴다는 인상 외에는. 사실 일기장 대신 엄마의 기록에 더 마음이 갔다. 내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아들을 키우는 엄마라 더 그랬을 것이다.


'너는 어떤 모습으로 자랄까?'


아이를 보며 늘 생각한다. 지금이 1학년이니까, 바로 1년 뒤 2학년의 모습도 궁금하고,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때는 또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궁금하다. 그렇게 힘들다는 사춘기 시절은 또 얼마나 힘들게 보낼지. 이 책을 읽으며 내 아이의 미래를 가늠해 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나는 희망을 원했다. 아이가 자립할 수 있다는 가능성 말이다.  


다행히 김상현 작가는 자립했다. 고등학교 졸업 1년 만에 IT회사에 취직해 자율 주행 관련 데이터를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일이 어느 정도의 숙련도와 전문성을 요하는지 잘 모르지만, 집중력이 좋아 오류가 거의 없고 다른 직원이 작업한 것을 검수할 정도로 정확도를 자랑한다는 점에서 그의 성향을 잘 살린 일이라 생각한다. 그가 어떤 식으로든 세상에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박수 쳐주고 싶다.

 

세 살 무렵 자폐 진단을 받은 아이 인생의 대부분을 기록한 글이지만, 이 아이가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평화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 주변에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겠지. 특수반 친구들부터 그들의 부모님, 그리고 아이들을 이끌어준 여러 선생님까지. 이런 인연을 만드는 과정에는 당연히 그의 엄마, 이진희 작가가 있었다.


책에 담기에는 너무도 힘든 일들이 쉴 새 없이 펼쳐졌겠지만, 아들이나 엄마나 그런 힘듦을 애써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하루를 마무리하듯 오늘 하루의 일과를 기록할 뿐이다. 하루하루 뚜벅뚜벅 걸어가는 게 최선이라고 말하려는 듯.


"상현아, 카카오톡 메시지 창이 비어 있네. 뭐라고 쓸 거야? 엄마는 no problem이야."
아이가 줄넘기를 멈추고 말했다.
"I'm fine."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아이가 한 그 말이 지금도 내 가슴엔 선명히 아로새겨져 있다.
"I'm f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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