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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Sep 16. 2022

예민한 사람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은 습관

written by 니시와키 순지 

니시와키 순지: 정신과 전문의. 작가 스스로도 아스퍼거 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극도의 예민함을 가진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자신이 시도하고 효과를 얻은 실질적인 팁들을 제공한다.




이 책을 읽기 전, 습관의 힘을 강조하는 [Habit]을 읽었다.


책의 요지는 매번 의지력을 발휘해 목표를 달성하려 노력하기보다는 몸에 밴 습관을 통해 자동적으로 실행하는 루틴을 설정하는 게 효과적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시작보다는 지속이, 탁월함 보다는 꾸준함이 인간의 삶을 더 생산적이고 가치 있게 만든다." [예민한 사람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은 습관]도 비슷하다. 작은 성공 경험을 강조한 스몰 스텝과 단기간의 결과를 기대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하는 지속성이 필요하다.


제가 지금까지 임상에서 실천해온 방법들을 응용하면 이런 현상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섬세한 성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불안과 고통만 줄일 수 있습니다. 그 방법을 이 책에서 소개하려 합니다. 몇 가지 습관을 바탕으로 하는 방법들입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약하다고 한다. 미묘한 환경의 변화에도 흔들리고 눈부신 빛이나 청소기 소리, 압력 밥솥 소리, 심지어 알전구 조명 소리에도 신경이 거슬릴 수 있다. 작가는 예민한 사람의 특성을 네 가지로 구분하는데 복잡한 생각과 사려 깊음, 과잉 자극, 남다른 감정 이입과 공감성 그리고 예민한 오감이다. 작가가 말한 과잉 자극과 예민한 오감이 정확하게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내 아이의 경우 주로 이 부분에서 예민함을 호소한다.


반면 생각이 복잡하고 행동에 옮기기까지 오래 생각하거나 다른 존재에 심각하게 감정 이입을 하는 모습은 아이에게 잘 보이지 않는다. 오로자 자기 말만 하는 아이, 1,2분 기다리는 것도 참기 힘들다. 그런데도 가끔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완벽한 모습으로 보이고자 하는 마음이 슬며시 드러난다. 집에서는 나에게 목청 높여 소리를 질렀음에도, 밖에 나가면서 "우리 그만 화해하자."라고 말하는 걸 보면 타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신경을 쓰는 듯도 보인다


작가의 글에서는 타인을 상당히 배려하는, 마음이 연약하고 착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른 사람을 너무 생각한 나머지 스스로 책망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누군가를 너무 배려하는 것도 어떤 점에서는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감각이 예민하든 생각이 복잡하든 자신보다는 타인을 더 생각하든 민감한 사람들은 쉽게 고통받는다.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디테일할 정도로 상황을 분석하고 해결점을 찾은 작가의 자세를 닮고 싶다. 작가의 나이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결혼도 하고 '정신과 의사'라는 번듯한 위치에 올랐으니,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리라.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던 성향도 변할 수 있다. 시시각각 변화는 상황 속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상황을 마주치는 과정을 통해 작지만 꾸준한 변화를 실천했던 작가처럼 말이다.


예민한 사람은 원래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다. 지금은 내향적인 성격 탓에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사실 엄청난 잠재력을 감추고 있다는 말이다.


작가가 말하는 습관은 자신의 성향을 인정하는 마음,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스몰 스텝,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태도, 주기적인 운동 등 거창하지 않다. 혹시 말실수를 할까 고민이 된다면 말을 아끼면 되고, 같이 있을 때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피해도 괜찮다. 다른 사람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상대를 성향을 파악하고, 그 성향에 맞춰 상대의 자기중요감(자신이 소중한 존재라고 느끼는 감정)을 채워주는 방법도 등장하는데, 이 부분은 너무 섬세해서 내 아이에게는 머나먼 일.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인상적이었던 건 기대하지 않는 것.


아이를 키우는 사람은 자녀가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이 '당연하다'라고 생각해야 한다. 아이의 성격과 능력 그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대책이 보인다.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는 부끄러움이 많은 대로, 까칠한 아이는 까칠한 대로, 특성을 바꾸려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대책을 세워보자.


가능하면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말고, 나 자신을 편안하게 내버려 두고, 자신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찾는데 시간을 보내자. 어떤 일을 하는데 자신감이 없다면 '시작'하는 데 의의를 두고 시도한다. 무엇이든 꾸준히 하다 보면 분명 성과가 있겠지. 작가가 그 방법을 찾아 이 책을 쓴 것처럼.


실제로는 흑과 백 사이 넓은 회색지대가 존재한다. 인간의 생활은 옅은 회색이냐 짙은 회색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회색지대 안에 있다. 인간 세상은 이상적인 순백도 칠흑 같은 암흑도 아니다. 기쁨과 슬픔, 잘남과 못남, 진실과 거짓, 선과 악, 고상함과 저급함, 양쪽이 뒤섞여 있다. 세상과 인간을 어두운 면만 보고 우울해하지 말고 이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훨씬 편안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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