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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Oct 14. 2022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

written by 마야구치 코지

마야구치 코지: 의학박사, 정신신경의학과 전문의이자 임상심리사. 의료 소년원에서 근무하면서 인지 기능이 약한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지 기능 향상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대부분 인지 기능이 약하다는 작가의 보고는 충격적이었다. 낮은 인지와 범죄율의 상관관계. 나는 이 설정이 불편했다.


책의 앞부분은 편히 읽을 수 없었다. 일본 출신의 아동 정신과 의사이자 의료 소년원에서 10년 넘게 일한 경력을 가진 저자 미야구치 코지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조사 결과,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의 상당수가 인지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밝힌다. 이들은 간단한 덧셈 뺄셈도 서툴고 한자를 읽지 못하고 간단한 도형을 따라 그리지 못하는 등 보는 힘과 듣는 힘,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힘이 부족했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82명의 성폭력 가해 청소년의 지능을 검사한 결과, 26.5%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지적 장애(IQ 69 이하) 또는 경계선 지능(IQ 70-79)에 해당한다고 한다. 단순하게 아동 및 청소년의 경우 전체 학생 중 약 15%(경계선 지능 14%+지적 장애 학생 1%)인 것을 고려하면, 앞서 언급한 성폭력 가해 청소년 비율 26.5%는 유의미한 수치다. 지능이 낮으면 범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명제가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1950년대 기준인 IQ85 미만을 적용하면 전체 인구의 16퍼센트가 해당된다. IQ70-84에 해당하는 경계선 지능은 전체 인구의 14퍼센트 정도 된다. 물론 최신 DSM-5에 의하면 지적 장애 진단 기준에서 IQ가 제외되었기 때문에 현재 경계선 지능은 지적 장애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IQ가 100이 되지 않으면 현재 사회에서는 보통의 삶을 영위하기가 어느 정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P146


나는 이 말들이 정말 불편했다. 개인적으로 정해진 시간 내에 문제를 풀어 IQ를 진단하는 웩슬러 형태의 지능검사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고 있는 데다, 결정적으로 지능은 후천적 학습이나 개인적 노력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승자의 뇌]의 저자도 이런 말을 남겼다.


컬럼비아대학교의 제니퍼 맹글스 교수와 그녀의 동료들이 했던 뇌 영상법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두 집단으로 분류된 피실험자 학생들을 대상으로 뇌 영상 기록을 했다. 한 집단은 지능이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학생들이었고, 다른 한 집단은 지능은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고 믿는 학생들이었다. (중략) 지능의 점진적인 개선을 믿는 집단에 속한 피실험자들의 뇌는 실험 진행자의 피드백을 스펀지처럼 받아들였고 이것이 지식 테스트 전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해서 높은 성적을 유도했다. 그러나 지능이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집단에 속한 피실험자들의 경우는 어땠을까? 그들의 뇌는 ‘틀렸어’라는 반응으로 생성된 자아에 대한 위협에 지나치게 사로잡힌 나머지, 그다음 질문에서 보다 나은 결과를 낳는 데 도움이 될 피드백을 온전하게 흡수할 수 없었다. [승자의 뇌]


이뿐만이 아니다.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의 작가도 ‘지능은 노력과 학습의 결과라고 믿는 성장 사고방식’에 가깝다고 언급했다. 소년원에 수감된 아이들의 지능이 낮게 보고되는 이유는 지능을 발달시킬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 의해 낮은 지능이란 결과로 읽을 수도 있다. 지능이 먼저인가 환경이 먼저인가? 보통의 지능을 가진 아이라도 발달 시기에 맞는 적절한 경험과 자극을 받지 않으면, 자신이 가진 지능보다 낮은 지능을 가질 수 있다.


그래도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이유는 범죄를 저지를 만큼 인지 기능과 감정 제어 기능이 약하고, 융통성이 없으며 자기 평가가 부족하고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구체적 인지 치료 방식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아이에 대한 지원으로는 학습적인 면, 신체적인 면, 사회적인 면의 세 가지 지원이 필요하다. 가족에 대한 지원과는 별개로 아이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전부 이 세 가지로 이루어진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현재 학교 교육은 국어나 수학 같은 교과목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사회성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최종 목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P204


학교 시스템을 통해 지능이 낮아 수업을 받기 힘든 아이들에게 적당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단순히 지능뿐만 아니다.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도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ADHD나 ASD 등으로 아이들을 구분만 하지 말고, 이들에게 약물만 들이밀지 말고. 적어도 학교니까, 공교육이니까, 부족한 이들과 함께 가기 위한 실질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계획을 세워 실행하고 문제가 있으면 피드백을 해 수정하는 실행 능력이 낮으면 잘못된 선택을 내리기 쉽다. 감정 조절력이 약해도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된다. 어른도 감정이 욱할 때는 잘못된 판단을 내릴 때가 있다. 공부뿐 아니라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감정 조절이라는 사회적인 면의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의 학교 교육에는 사회적인 면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제도가 없다.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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