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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Nov 11. 2022

우리 아이는 조금 다를 뿐입니다

written by 데보라 레버 

데보라 레버 Debbie Reber: 뉴욕 타임즈 선정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은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들을 위해 커뮤니티 Tilt Parenting(https://tiltparenting.com/)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아이는 조금 다를 뿐입니다]는 ADHD와 자폐 스펙트럼, 영재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애셔의 어머니, 데보라 레버가 쓴 글이다.


작가는 이 다름을 두고 두뇌회로가 다르다고 표현한다. 애셔는 어린이집 2년 차에 친구의 권유로 검사를 받았고 비전형적 전반적 발달장애(PDD-NOS, 현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포함)와 ADHD 진단을 받았다. 그 외 감각 관련 문제와 영재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애셔는 영재를 위한 사립학교에 입학 후 두어달 만에 다른 사립학교로 전학을 갔고, 여기에서도 한 학기도 제대로 보내지 못한 채 공립 초등학교 영재반으로 옮긴다. 애셔가 2학년이 되자, 작가는 아들이 학교에서 적합한 교육을 받지 못함을 깨닫고 홀로 홈스쿨링을 시작한다. 이 책은 작가의 경험담과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현실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팁들을 소개한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 파트에서는 비전형적인 두뇌회로를 가진 사람들을 구분하고, 두 가지 이상의 증상을 갖고 있는, 가령 작가의 아들 애셔처럼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ADHD, 영재성을 갖고 있는 2e(twice exceptional)에 대해 설명한다.


일단 작가가 사용하는 전형적, 비전형적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가치중립적이기 때문이다. '전형적'이란 단어에서는 자유로운, 창의적인, 얽매지 않는 등의 의미가 드러나지 않는다. 때로는 고루함과 답답함이 느껴지지기도 한다. 반대로 '비전형적'이란 단어에는 가능성이 느껴진다. 그 무엇보다 여기에는 사람이 보인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갖고 있는 개성이랄까?

 

게다가 비전형적인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소수가 아니다. 자폐 스펙트럼, ADD나 ADHD, 난독증과 비언어 학습장애, 시각정보처리 장애, 소리 처리 장애 등 각종 이름의 학습장애까지 하면 무려 20%가 여기에 해당한다. 모든 부모가 한 번쯤 꿈꾸었을 법한 '영재성'도 넓은 의미에서는 비전형적이다.


논란이 존재하긴 하지만 자폐 스펙트럼 아이들 중 영재성을 가진 아이들이 상당수라는 논문도 있다. 사실 영재의 기준도 모호하나, 남들과 다른 두뇌 회로는 독창성과 집중력을 선물하기도 한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ADHD 아동이 자신이 관심 있는 책에 몇 시간이고 빠져 있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다.  


이것은 단지 몇몇 아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학령기 아동 다섯 명은 신경생리학적 다양성을 보인다고 한다. 이는 그들의 두뇌가 소위 ‘정상적’이라고 간주하는 전형성에서 벗어나 있다는 뜻이다. (중략) 두뇌회로가 다른 것은 완 손잡이가 별나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으로 취급해야 하지만, 어쨌든 지금 우리는 위기를 겪고 있다. 오늘날 어린이의 약 20퍼센트는 그들이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방식이 불편하거나 현실에 도전적이라는 이유로 학교와 사회에 적응하지 적응하지 못한 채 몸살을 앓고 있다.
왜 비전형적인 아이들의 창의적 재능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꿔 놓을 수 있음을 제대로 알아보기도 전에 많은 아이들이 ‘장애’라는 진단부터 받아야 하는가? 오히려 두뇌회로가 특이한 아이들은 풍부한 감수성과 재능을 지닌 뉴 노멀, 즉 새로운 정상이다.


두 번째 챕터는 부모인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와 마음 가짐을 다룬다. 작가는 이를 Tilt라 표현하며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변화를 위한 하나의 커다란 아이디어’라고 부른다. 18가지 Tilt 중 몇 가지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당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양육의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자. 당연한 건 없다. 반드시 해야 할 일도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두뇌회로가 다른 아이들을 키우는 데는 기존의 사고를 깨는 혁신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그냥 놔두자. 다른 이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자. 특히 나의 체면을 생각하지 말고 아이의 상태와 감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특히 Tilt 중에는 정서나 관계를 강조하는 내용이 많이 보인다.

자신의 기대와 다른 아이를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마음껏 슬퍼하되 필요한 부분은 한 번에 하나씩 고쳐가도록 해야 한다. 자기 돌봄 또한 끈질기게 실천해야 한다. 이건 선택이 아니다. 내 돌봄이 충족돼야 아이 돌봄도 할 수 있다.
부로로서 '해야 한다'는 기대도 내려놓자. 나 자신에게 완벽을 바랄 필요도 없다.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자기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최선을 다해 아이를 양육하겠다는 다짐 정도면 된다.  
혼자서 힘들어하지 말고 필요한 사람을 만나 도움도 청하자. 배우자든 친구든 선생님이든 이웃이든 나의 상황을 편견 없이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가까이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우리 편을 찾자.


이쯤되니 비전형적인 아이들을 키우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깨닫는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주요 가치로 생각하는 미국에서도 비전형적 아이를 키우는 게 도전적인 일인 것을 보면, 우리와 같이 집단을 강조하는 문화에서 비전형적 아이와 가족은 몇 배로 더 힘들 것이다. 자신을 속이고 가면을 쓰며 살아갈 수 밖에는, 엄청난 노력과 훈련으로 그저 무난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는. 그런데 과연 전형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할까?


작가가 제시한 Tilt 대부분을 긍정하지만 여전히 어렵게 다가오는 현실적인 벽은 단단하기만 하다. 가령 다른 이에게 아이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야 할 순간이 존재하고, 필요한 경우 아이를 위해 내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아직 나는 용기가 없다. 마지막 Tilt인 '없으면 만들자,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해 용기 있게 나서자'는 내게 머나먼 일처럼 느껴진다.



언젠가 가능한 때가 오겠지.
지금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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