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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Dec 09. 2022

스파크

written by 엘 맥니콜


엘 맥니콜: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아동 문학 작가. 작가 자신도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다. 연필이나 펜으로 글자를 쓰는 게 여전히 어색함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내놓은 이 작품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독자들에게 커다란 위로를 선사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mUzzeAr4HU4




자폐 스펙트럼 작가가 쓴 소설이라고 해서 찾아 읽었다. 문학으로 아스퍼거를 접하니 또 다른 느낌이다.


어디까지 실제 경험이고 어디까지 허구인지 알 수 없는 흐릿한 경계가 좋았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주인공이 느끼는 심리적 어려움의 실체는 아마 실제로 작가가 한 경험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대다수의 자폐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이겠지.


자기 자극 행동은 내가 내 감정을 감당할 수 없을 때 나오는 행동이다. 손에 짜릿한 느낌이 들면서 파닥이게 되고, 팔다리가 마구 움직인다. 가끔 뒷머리를 마구 쓰다듬고 싶은 충동도 느낀다. 대개 나는 이런 행동을 안 하려고 노력하거나 숨겨야 한다. 25P


화자로 등장하는 주인공은 십 대 여자 아이로 이름은 아델린이다. 안델린의 애칭은 애디다. 최근 대학교에 진학한 애디의 쌍둥이 언니 키디도 자폐 성향을 갖고 있다. 애디와 키디. 이 둘의 대화 장면은 인상적이다. 가족 중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어떤 면에서는 축복이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겠지만.


소설의 주요 사건은 오래전 키디가 학교에 다닐 때자신을 업신여기고 비아냥거리던 머피 선생님이 또다시 애디의 담임이 되면서 시작한다. 머피 선생님은 애디가 악필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이 다 보는 앞에서 애디의 에세이를 찢어버리고, 애디 나름의 방식대로 푼 수학 시험 점수도 의심한다. 무엇보다 같은 반 아이인 에밀리가 애디를 따돌리는 것을 알고도 방치한다. 머피 선생님은 애디 같은 아이는 학교에 다니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가 된다고. 반면 애디를 이해해주는 선생님도 존재한다.


나는 선생님이 고른 책을 받아 들고서 독서 테이블로 갔다. 앨리슨 선생님은 내가 무슨 행동을 하든 놀리는 법이 없었다. 나에게 눈을 흘기며 지적하거나 대체 왜 그러냐고 묻지도 않았다. 선생님은 나를 다 이해한다. 37P


선생님은 나를 다 이해한다. 이 문장에서 잠깐 멈췄다. 누군가를 다 이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아이라도, 나는 다 이해하지 못한다. 아이의 행동에 의문을 품고 때로는 아이의 행동을 고치려고 한다. 내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누군가 존재한다면, 그 사람이 아이의 선생님이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아이를 이해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나 또한 아이를 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우리 엄마는 , 우리 선생님은 나를 다 이해한다’라는 믿음을 주고 싶다.


애디는 베프 제나가 있긴 했지만 제나는 에밀리와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애디와 멀어진다. 대신 런던에서 전학 온 오드리가 애디에게 다가온다. 사실 오드리도 평범하진 않다. 대학생처럼 보일 만큼 큰 키와 남들과 다른 말투(아마 스코티쉬 억양을 쓰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검정 머리카락과 검정 눈동자를 가진 오드리는 애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애디는 함께 있을 때 평범한 행동을 보여야 했던 제나와 달리,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 오드리에게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수백 년 전에는 저 같은 사람들이 마녀라고 몰릴 수 있었어요. 단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요. 저는 가끔 사람들이 표정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다른 사람들이 어떤 기분인지 알아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오해를 받을 때도 있어요. (중략) 누가 저더러 마녀라고 아주 오랫동안 말했다면, 전 결국 제가 마녀라고 믿어 버렸을지도 몰라요. 가끔은 그러기가 더 싶잖아요? 좋은 말을 믿기보다는 나쁜 말을 믿는 편이 더 쉽다고요.


그리고, 이 책에 빠질 수 없는 ‘마녀 이야기’가 등장한다. 아주 오래전, 200년도 더 전에 마녀로 몰려 처형당한 희생자들, 왼손잡이거나 말이나 행동이 눈에 띄어서 마녀로 몰렸던 무고한 사람들 말이다. 애디의 눈에 이들은 자폐 성향을 가진 자기 자신과 언니 키디와 비슷해 보인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당하고 외면받기 때문이다. 애디가 마녀들을 위한 추모비를 세우자고 주장하는 이유다. 다시 이런 비극적인 일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


쟤 자폐증은 심하지 않잖아.
너나 이 마을에 사는 잔인한 인간들에게는 안 심해 보이겠지. 내 자폐 성향은 나한텐 심한 거야. 애디도 마찬가지고! 심하지 않아 보이는 건 우리가 내색을 안 하기 때문이야! 엄청난 노력을 해서 내색하지 않는 거란 말이야! 72P


스파크.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찌르르,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은 느낌. 어떤 면에서는 불쾌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제 자폐 성향이 항상 초능력을 발휘하는 건 아니에요. 가끔 이 성향 때문에 힘들어요. 하지만 제가 어딘가에서 자극을 느낄 때면, 다른 사람은 보지 못 하는 자세한 부분까지도 볼 수 있어요. 전 그럴 때마다 아주 좋아요. 전 이런 제 모습이 마음에 들어요. 아주 많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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