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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Dec 23. 2022

오로르

written by 더글라스 케네디 

더글라스 케네디 Douglas Kennedy: [빅픽쳐]를 비롯 [템테이션], [모멘텀]을 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은 아들의 아버지기도 하다. 다섯 살 무렵, 자폐 진단을 받고 더 이상 나아질 가망이 없다는 말을 들었던 아들은,  20여 년이 지난 뒤 런던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현재 공연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 소설은 '자폐'를 키워드로 내세우지만, '자폐'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오로르의 이야기를 담았다.




정확한 타이틀은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와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다.  


영문 타이틀을 보면 작가의 의도가 잘 드러난다. [오로르의 놀라운 모험 Aurore's Amazing Adventure]과 [오로르와 비밀 방의 미스터리 Aurore and the Mystery of the Secret Room]. 남들이 모르는 비밀스러운 능력을 가진 주인공 오로르가 겪는 놀라운 이야기가 중심에 선다.


오로르는 다른 사람의 눈을 보면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열한 살 소녀다. 입으로 소리를 내뱉지는 못하지만, 태블릿을 들고 다니며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적으면서 사람들과 소통한다. 사실 몇 가지 점만 제외하면 오로르는 평범한 여자 아이다. 커다란 별 그림을 보며 '참깨'라고 외치면, 모든 것이 밝고 행복한 '참깨 세상'에 갈 수 있고, 복잡하고 힘든 진짜 세상과 달리 '참깨 세상'에서 상상의 친구 오브와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오로르는 사람들을 돕기 좋아하고 부당한 일에 맞설 수 있는 다부진 소녀다. 특히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오로르를 괴롭히는 사람들조차 자신의 친구로 만들어 버리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반면 세상은 뒤죽박죽이다. 걱정도 산더미다. 오로르의 표현에 따르면 이 골칫거리 세상에 별별 사건이 다 벌어진다. 오로르의 세 살 위 언니 에밀리는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비난을 받고, 에밀리의 친구 루시는 뚱뚱하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오로르만 해도 그렇다. 또래 아이들은 말도 못 하고 태블릿을 통해서만 생각을 전할 수 있는 오로르를 저능아라며 놀려댄다. 교통사고로 얼굴에 심한 흉터가 남은 마무드 할아버지는 오로지 외모 때문에 소녀를 추행했다는 누명을 쓰고, 오로르의 같은 반 친구 아나이스는 고모, 고모부로부터 진실을 말하지 말라고 협박을 받는다. 이외에도 가정 폭력과 학대, 감금 등 비참한 일들이 펼쳐지지만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경쾌하다. 오로르가 상상의 친구 오브와 힘을 합치면 온갖 골칫거리가 서서히 갈무리된다. 이런 환상 같은 일이 현실 세계에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집단 따돌림과 같은 학교 폭력은 요즘 내가 가장 신경 쓰는 이슈이기도 하다. 아직은 1학년이라 잘 모르지만, 학년이 올라가고 머리가 굵어질수록 아이의 남다름은 어떤 식으로는 드러날 것이다. 이때 다른 아이들이 아이의 남다름을 무심코 넘어갈지, 아니면 끝까지 잡고 늘어져 불특정한 사건으로 나타날지, 어쩌면 아이 스스로 여러 고난을 자초할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내 아이가 오로르와 같은 능력을 갖고 있다면 험한 세상에 맞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다. 그저 믿을 수밖에. 아무도 모르는 내 아이의 숨겨진 능력을, 그 가능성을!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거예요! 잘 어울려 지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예요. 다른 애들과 말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소설에서는 흑과 백, 회색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한 단어로 구분할 수 없는 모호함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겠지. 자폐도 비슷하다. 자폐다, 자폐가 아니다,라고 간단히 구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대부분 회색 어딘가에 속해 있고, 우리가 과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서로 다르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정답은 존재하지 않고 그저 각자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만이 의미있을 테니까.


우리 같은 형사들한테 의심은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 의문을 던지는 것이기도 해. 세상사가 흑과 백으로 딱 나누어지지 않는다는 걸, 회색일 때가 월씬 많다는 걸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지. 루소가 자주 쓰는 말이 있어. '내가 아는 것이 무엇인가?' 똑똑한 사람이라면 항상 그 질문을 자기 자신한테 던져야 해. 우리는 정말이지 아는 게 적으니까.


'양면적'. 흑과 백으로 딱 나눌 수 있는 일은 세상에 없다. 회색인 일이 정말 많다. 그래서 힘든 세상은 힘들지만 재미있다. 정답이 없는 회색에서 살아가니까. 정답은 없고 더 많은 의문만 있으니까. 엄마말처럼, 실망스럽거나 나쁜 일을 겪을 때에도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




장애인. 나는 조지안느 선생님에게 장애인이 무슨 뜻인지 물어보았다.
선생님은 내가 자폐아로 태어났는데, 그건 별일 아니라고 말했다.
그냥 세상을 다른 식으로 보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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