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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Feb 17. 2023

행복한 엄마 다른 별 아이

written by 별이 엄마 

별이 엄마: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은 아들을 키우고 있다. 다른 별에서 온 아이, 별나게 손이 가는 아이란 의미로, 아들을 별이라 부른다.




제목에 있는 ‘행복한’ 이란 단어에 눈길이 갔다.


별이 엄마는 별이가 18개월 즈음 뭔가 이상한 느낌에 병원을 찾았다. 첫 번째 의사에게는 발달 지연, 두 번째 의사에게는 자폐 성향이 보이고 아이가 지적 장애일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 책은 별이가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은 이후부터, 1년을 유예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의 기록을 담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아들을,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서 온 아이라고 표현한다. 지구 기준에서는 조금 이상하지만, 저기 별나라 기준으로는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그럼에도 별이는 지구라는 땅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부딪혀야 할 일이 많다. 지구인으로서 별아이를 키워야 하는 별이 엄마에겐 아마 이중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별이 엄마는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동요를 부르며 별이의 관심을 끌었고 언어적 자극을 주기 위해 목이 쉴 새라 책을 읽어 주었다. 목각 퍼즐, 촉각 그림책, 찰흙, 색연필과 스케치북 등 다양한 교구를 이용해 아이와 소통하려 애썼다.


다른 아이들이라면 함께 노는 것만으로 충분하겠지만, 자폐 스펙트럼 아이들에게는 교육, 수업, 치료와 같은 여러 이름의 개입이 필요하다. 이런 아이들과는 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에게 별 관심 없는 아이라면 더더욱. 내가 아는 한, 자폐 스펙트럼 아이들은 장난감에 아예 관심이 없거나, 블록을 일렬로 늘어뜨리는 등 장난감을 제대로 갖고 놀지 못하거나, 자동차 바퀴 같은 특정한 부분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놀이를 확장시키는 개입이 필수적인데 이 과정이 고되다.


비단 놀이뿐일까? 언어도 비슷하다. 말 한마디 이끌어 내기 위해 세세하게 가르치고 반복 훈련은 필수다. 작가가 별이에게 좋다, 싫다와 같은 감정을 가르치는 부분에서는 대단함과 동시에 답답함을 느꼈다. 아마 나는 아이에게 이 정도로 열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아이의 남다름을 인지한 이후로 자폐와 관련된 정보를 모았고 관련 책들을 찾아 읽었지만, 사실 이건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아이와 제대로 놀아 본 적이 없었다. 아이와 놀아주는 대신, 놀이 치료 수업을 등록했다. 요즘에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또래를 찾는다. 각자 맞는 방식이 있는 거겠지, 생각도 해본다. 그럼에도 하루 딱 십 분이라도 아이와 온전히 함께 즐기는 시간을 가졌으면 어땠을까 싶다. 후회는 그만. 나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다. 올해 고작 아홉 살 된 아이가 아닌가.


별이 엄마는 별이가 아홉 살이 되면서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책의 말미에는 별이에 대한 꿈도 적혀있다. 십 대 무렵 요리에 재능을 발견하고 열아홉 살 베이킹 자격증을 취득한 뒤, 스물네 살에는 베이킹 학과가 있는 대학에 진학한다. OO호텔 요리부 베이커리 담당 요리사가 된 스물일곱의 별이. 마지막엔 스물아홉 살이 된 별이가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다.


2010년에 쓴 책이니까, 아마 지금 별이는 스물둘 정도 되었겠지. 지금 별이는 행복할까? 별이 엄마는? 성장한 별이의 모습이 궁금해 책에 공개되어 있는 작가의 블로그에 가봤는데 블로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잘 살고 있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 찾아보니, 이 책은 2015년 [너라서 좋아]라는 타이틀로 재출간되었다고 한다. 재출간한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인터넷 서점에 실린 저자의 글을 통해 별이의 근황을 알 수 있었다. 일반학교에서 특수학교, 다시 일반학교로 전학 간 아이는 2015년 당시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별이의 20년 후를 그리던 작가는 이제 하루하루 무탈하길 바란다고 썼다. 정말 모르겠다고,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며 해 온 일들에 대해서 수없이 배신당한 까닭이라고. 남들과 다른 아이로서 팍팍한 세상을 살아내야 한다는 묵직한 현실이 서글프다. 우리나라에서 다름은 아프다.



어디선가 별이 엄마와 별이가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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