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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Jan 20. 2023

한달 살이, 형제 경험

여덟 살 아이의 겨울(2022.12-2023.02)




외동의 특성은 아마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최근 언어 그룹 수업을 정리하며 들은 말이다.


형제가 있으면 또래와 티카티카 말을 주고받는 경험을 자주 할 텐데, 외동이라 그런 면이 아쉽다는 뜻이다. ‘아이가 하나 더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몇 년 전부터 했었다. ‘아이들끼리 놀면 자주 싸우더라도 자연스럽게 사회적 기술을 배웠을 텐데... 행여 배우지 못하더라도 또래 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었을 텐데... ’라고 말이다. 친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 안에서 지속적으로 잡음을 일으키는 내 아이 덕에 마음 편한 날이 없으니, 차라리 내 자식이 하나 더 있었다면 주변 눈치 볼 필요도 없지 않았을까!


두 살 터울 자매를 낳은 친구는 최근 일본 오사카 여행 중 찍은 동영상을 보내 주었다. 줄을 서서 기다릴 때도 두 아이가 서로 부둥켜안으며 장난치는 모습이 부러웠다. “역시 하나보단 둘이 좋다.”는 내 말에 친구가 바로 톡을 보냈다.


“90% 싸우고 10% 좋아.”


늘 바랐던 형제 경험을 아이는 두 살 위 사촌 형과 한국도 아닌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서 하고 있다. 두 달 가까이 되는 긴 겨울방학 동안, 말레이시아 조호바루로 한달살이를 준비했다. 남편 없이 아이와 혼자 가는 것이 부담스러워 동행을 찾다 새언니와 마음이 맞아 함께 간 것이 발달이었다.


방을 따로 예약하려다 비용을 아낄 겸 투베드 룸을 구한 덕분에 아이는 사촌형과 한 달짜리 형제가 되었다. 같은 집에서 자고 먹고 놀고 공부하고 거의 하루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서로 불편할 수 있을 거란 우려와는 달리 두 아이는 재미있게 놀다 싸우고 화해하고 또다시 어울려 놀면서 진짜 형제를 경험하고 있다. 엄마를 찾지도 않고 둘이 놀 수 있다는 게 정말 좋다. 여전히 아이는 사촌 형을 이기기 위해 떼를 쓰고 억지도 자주 부리지만 아직까진 고무적이다. “헤이, 브라더!” 아이들끼리 서로를 부르는 말도 정겹다. 사촌 형과 한달살이를 정한 건, 내가 아이를 위해 했던 선택 중 가장 잘한 일 같다.





아쉽게도 여기까지가 딱 이틀 간의 이야기다.


조호바루 생활 사나흘부터 두 아이가 걷잡을 수 없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사촌형은 내 아이를 피하기 위해 방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잦아졌다. 형 장난감을 허락 없이 만지고, 형이 하는 말을 무조건 따라 하고, 가만히 있던 형을 툭툭 건드리기도 한다.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가장 걸리는 건 형을 이겨야 한다는 욕심이다. 형이니 만큼 힘도 세고, 수영도 잘하고, 아는 것도 많은데 이 모든 것에서 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고 그게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경우 심술을 부린다. 사촌형도 경쟁적인 편이라 동생에게 절대 양보란 없다. 자신이 가장 잘한다는 표현을 은근슬쩍 흘린다. 아이도 이걸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왜 형만 대장해? 왜 형만 센 거 하냐고? 형은 하는데 나는 이것도 못해. 내가 이길 거야. 나도 이겨야 해.”


아이의 불만은 다양하게 변주된다. 그냥 짜증 정도면 괜찮은데 항상 정도를 넘어선다. 크게 소리를 지르고 형을 밀치고 방문을 꽝 닫고 방문을 발로 차기까지 한다. 이기고자 하는 마음은 알지만 그 표현이 과해서 힘들다. 매번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도 지친다.


이게 정말 현실판 형제인 건가? 두 살 터울 형제를 둔 친구에게 물어보려다 그만두었다. 아마 ‘그렇다’고 말하겠지. 형제들은 다 싸우니까. 내 아이만 갖고 있는, 세세한 문제점을 속속들이 얘기하는 게 구질구질해 일단 멈춘다. 이건 당해본 사람만 알 수 있으니까.




이번 한 달을 소중히 보내자.
둘이 지지고 볶으면서
어떻게 타협점을 찾는지 한번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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