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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Apr 07. 2023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

written by 지나영 

지나영 :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정신의학과 조교수이자 케네디크리거연구소 소아정신과 의사. ADHD 성향을 오히려 자신의 강점으로 살려, 보편적인 선택을 거부하고 새로운 길에 적극적으로 도전했다. 난치병 자율신경계 장애와 만성피로증후군으로 힘들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마음이 흐르는 대로]를 썼고, 이후 [본질육아]를 출판하며 rise together 챌린지를 실천중이다.




육아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와 맞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대신 자폐 스펙트럼이나 아스퍼거, ADHD와 느린 학습자, 신경다양성에 대한 책을 찾아 읽었다.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고 싶었다. 머리로 이미 다 알고 있더라도 매번 확인이 필요했다. 아이가 안 하는 게 아니야, 정말 못해서 그러는 거야. 최대한 친절하게 알려줘야 해. 완전히 자기 것이 될 때까지.


[본질육아]를 택한 이유는 지은이 지나영 교수가 ADHD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연히 유튜브 영상을 보았는데, 발달장애를 다룬 부분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내용은 간단했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동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두 가지. 소통하기와 자기조절력. 다행스럽게도 내 아이는 언어로 소통하는데 특별한 문제를 갖고 있지는 않다. 반면 자기조절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자기조절력을 키우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궁금했다.  


작가가 제시한 방법은 이렇다.


첫 번째, 자기조절력을 기르려면 먼저 자기인식을 가르쳐야 한다. 화났구나, 슬프구나, 서운했구나 등등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지 그 감정의 실체를 알려줘야 한다.  
두 번째, 기다리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5분, 10분, 15분 시간을 늘려가며, 당장 하고 싶은 욕망을 지연시키는 훈련을 해야 한다.
세 번째, 스스로 진정할 수 있는 방법도 가르쳐야 한다. 기본은 호흡이다.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깍지를 낀 다음, 동그라미를 부풀리듯 숨을 쉬었다 내뱉는 게 풍선 요법이고, 무지개를 그리듯 두 손을 크게 올렸다 내리며 숨을 쉬는 게 무지개 요법이다.  


책을 읽던 중 아이도 마침 옆에서 WHY 시리즈를 읽고 있었다. 마법천자문과 WHY 시리즈. 요즘 아이가 몰입하는 책이다. 나는 아이를 바라보며, 책에 수록된 풍선 요법과 무지개 요법 그림을 보여주었다. 아이는 두 가지 모두 알고 있었다. 정말 알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에 알은 체 한 건지는 확실치 않지만, 아이와 나는 풍선 요법과 무지개 요법을 함께했다.


이런게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밖에서도 이렇게 우리가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풍선 요법이나 무지개 요법을 시도할 수 있을까? 아마도 잘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아이를 보며 호흡을 시작한다. 화가 나면 마음 속으로 열까지 세면서 숨을 쉬어봐. 그럼 화가 곧 가라앉을 거야.  


이외 지나영 교수가 강조하는 본질 육아의 기본 원칙은 추상적이긴 하지만 간단하다. 먼저 아이가 가진 잠재력을 믿어야 한다. 아이를 사랑하고 보호하되 균형을 지켜야 한다.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치와 긍정적인 마음 자세를 가르쳐 줘야 한다. 여기에서 가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책임, 성취, 배려, 끈기, 기여, 성장, 인내, 친절, 도전정신, 지식, 봉사, 안정성, 행복, 정직, 리더쉽, 사랑 등등. 이중 작가가 특히 강조하는 가치는 신뢰와 책임감, 그리고 세상을 위한 기여와 배려다.


모두 좋은 말이지만, 나는 가장 먼저 아이의 자기 조절력에 집중하기로 한다. 그 외 부분에서는 아이를 믿겠다. 아이는 가진 것이 많은 아이니까. 나는 아이의 잠재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이라는 말이 있다. 세상에 물고기도 있고 원숭이도 있고 호랑이도 있는 게 다양성이라면 신경다양성은 뇌에도 다양성이 있다는 걸 뜻한다. 쉽게 말해 우리 아이들의 뇌가 다 다른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아이는 다 '다르다'가 기본값이라는 걸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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