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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Jun 30. 2023

몬스터 차일드

written by 이재문



MCS는 치료할 수 없어. 왜냐면 이건 병이 아니니까.
나무가 나무이고 새가 새인 것처럼,
너는 너일 뿐 치료받아야 할 환자가 아니야.




주인공 하늬와 동생 산들이는 MCS 환자다. Mutant Cancerous Syndrome, 우리말로 하면 돌연변이종양 증후군.


사람들은 이 이름 대신 Monster Child Syndrome, 즉 괴물아이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괴물로 변하는 증상인데, 이 같은 변이는 보통 다섯 살에서 일곱 살 사이에 발현한다. 황당한 질병이지만 MCS를 다른 단어로 바꾸면 느낌이 달라진다. 바로 ADHD,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소설 속 MCS는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나타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상이 악화되고, 자유롭게 뛰어놀면 증상은 곧 사라진다. 가끔은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MCS가 주변에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농작물을 망치고 외양간 소들을 도둑질한다.


하늬는 MCS를 거부한다. MCS를 최대한 숨겨야 한다.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MCS라는 사실 때문에 하늬는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 다른 학교로 전학 갔지만, 곧 정체가 탄로 나 또다시 전학을 간다. 그렇게 여러 번, 결국 시골의 작은 학교까지 왔다.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뒤로 엄마는 달라졌다. 나와 산들이의 병을 꽁꽁 숨기는 데에 모든 걸 건 사람처럼. 그때 엄마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몹쓸 병."
(중략)
나는 괴물이 되지 않을 것이다. 꼭 나을 것이다. 정상적인 아이, 평범한 아이, 그게 작지만 큰 내 소원이다.


새로 전학 온 학교에도 MCS가 있었다. 이름은 연우. 연우는 자신이 MCS인 것을 숨기지 않았다. 하늬가 보기에, 연우는 딱히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았다. 괴물로 변하면 운동장에 나갔다, 본래 모습을 찾으면 교실로 돌아왔다. 이와 달리 하늬는 변이를 억제하기 위해 매일 같이 약을 먹는다. 증상 완화에 좋다는 갖가지 훈련도 한다. 하늬는 연우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고, 연우의 아버지이자 센터 소장님을 만나면서 달라지기 시작한다. MCS를 거부했던 것에서 벗어나 점차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늬야, 넌 이미 정상이야."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거부가 아니라 수용이 먼저다. 소설 속 MCS가 공격적인 행동을 하며 타인에게 피해를 줄 때도 물론 존재한다. 많은 MCS가 약을 복용하고 치료를 받는 이유다. 동시에 MCS에 대한 차별도 곳곳에 드러난다. MSC 치료 센터 건립을 반대하고 MCS가 날짐승을 먹는다는 소문이 퍼진다. 어떤 면에서 MCS의 문제는 이들의 변이 능력이 아니라 잘못된 정보와 왜곡된 편견으로 이들을 배척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기심이다.


"사람들 앞에 날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여전히 두렵다. 가슴이 두근대고 숨이 가빠진다. 그렇다고 평생 숨어 살고 싶지만은 않다. 비록 깨지고 상처받을지라도, 당당해져야지. 더는 나를 미워하거나 불쌍하게 여기지 않고 나를 사랑해야지."


평범한 어린이가 갑자기 괴물로 변한다는 MCS 증후군은, 우리나라 초등학생 중 약 5%에 해당할 정도로 유병률이 높다는 ADHD를 떠올리게 했다. 행동 치료든 약물 치료든 놀이 치료든 뭐든 필요하다면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전에 필요한 것은, 아이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 내 아이에게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싶다. ADHD든 사회적 의사소통장애든 자페 스펙트럼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자신의 다름에서 나름의 장점을 찾아주고 싶다.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고쳐야 할 점도 분명 있겠지만, 가장 기본은 아이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 자신의 다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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