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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Jul 14. 2023

아스퍼거 남편과 살고 있습니다

written by 김모니카




아스퍼거 증후군 관련 책을 찾아 읽었지만 모두 외국 작가의 글이었다.


가끔 일본 작가가 있기는 해도 한국 작가는 없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진단명도 몇 년 전에 사라졌고,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은 대부분 고전적 자폐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궁금했다. 왜 그런 걸까? 아마도 자신의 다름을 숨길 있다면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게 이유가 아닐까 추측한다. 언어나 인지 능력이 양호한 아스퍼거 증후군 정도야... 뭐하러 자신을 드러내어 모난 돌이 되어야 하나, 와 같은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


[아스퍼거 남편과 살고 있습니다]는 브런치 글을 통해 처음 접했다. 곧 책으로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반가웠다. 우리나라에도 우리말로 쓴 아스퍼거 책이 나오는구나. 용기 있다고 칭찬해 주고 싶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아스퍼거 진단을 받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삶을 함께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담았다. 남편은 호주 출신으로 이름은 라이언. 라이언은 스무 살 무렵 아들의 행동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엄마 손에 이끌려 검사를 했고, 최종적으로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작가는 어학연수 중 라이언과 만나 연애를 하고,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진단명을 접하며 심리학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이 남자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라이언의 세계도 작가를 만나 더 넓어졌겠지.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일상적으로 부딪히는 갖가지 상황에 대한 대처가 꾸밈없이 펼쳐진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자식에게 유전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작가의 말이 기억이 남는다.


우리 아이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태어난다 해도 라이언이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낸 만큼 우리 아기도 잘 살아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결핍을 안고 태어난 아이인 만큼 살아가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겠지만, 인생은 원래 어렵고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라는 건 없다.


내 아이가 커서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나는 결혼은 하지 않는 게 나을 거라고, 굳이 할 필요 없다고 여겼다. 자식은 선택할 수 없지만 배우자는 선택할 수 있으니, 그 누군가가 궂은 길로 들어서는 걸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이 또한 아이의 몫이겠지만. 그런데... 작가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어쩌면 내 아이도 어엿하게 가정을 이루며 살 수 있겠구나, 생각도 들었다. 내 아이의 반을 닮은, 누군가를 다시 만날 수 있겠구나, 와 같은 기분 좋은 상상.


마지막으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 내가 사랑하는 문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네가 좋으니까.
네가 보고 싶으니까 매일 보러 갔어.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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