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김모니카
아스퍼거 증후군 관련 책을 찾아 읽었지만 모두 외국 작가의 글이었다.
가끔 일본 작가가 있기는 해도 한국 작가는 없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진단명도 몇 년 전에 사라졌고,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은 대부분 고전적 자폐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궁금했다. 왜 그런 걸까? 아마도 자신의 다름을 숨길 있다면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게 이유가 아닐까 추측한다. 언어나 인지 능력이 양호한 아스퍼거 증후군 정도야... 뭐하러 자신을 드러내어 모난 돌이 되어야 하나, 와 같은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
[아스퍼거 남편과 살고 있습니다]는 브런치 글을 통해 처음 접했다. 곧 책으로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반가웠다. 우리나라에도 우리말로 쓴 아스퍼거 책이 나오는구나. 용기 있다고 칭찬해 주고 싶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아스퍼거 진단을 받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삶을 함께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담았다. 남편은 호주 출신으로 이름은 라이언. 라이언은 스무 살 무렵 아들의 행동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엄마 손에 이끌려 검사를 했고, 최종적으로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작가는 어학연수 중 라이언과 만나 연애를 하고,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진단명을 접하며 심리학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이 남자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라이언의 세계도 작가를 만나 더 넓어졌겠지.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일상적으로 부딪히는 갖가지 상황에 대한 대처가 꾸밈없이 펼쳐진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자식에게 유전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작가의 말이 기억이 남는다.
우리 아이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태어난다 해도 라이언이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낸 만큼 우리 아기도 잘 살아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결핍을 안고 태어난 아이인 만큼 살아가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겠지만, 인생은 원래 어렵고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라는 건 없다.
내 아이가 커서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나는 결혼은 하지 않는 게 나을 거라고, 굳이 할 필요 없다고 여겼다. 자식은 선택할 수 없지만 배우자는 선택할 수 있으니, 그 누군가가 궂은 길로 들어서는 걸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이 또한 아이의 몫이겠지만. 그런데... 작가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어쩌면 내 아이도 어엿하게 가정을 이루며 살 수 있겠구나, 생각도 들었다. 내 아이의 반을 닮은, 누군가를 다시 만날 수 있겠구나, 와 같은 기분 좋은 상상.
마지막으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 내가 사랑하는 문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네가 좋으니까.
네가 보고 싶으니까 매일 보러 갔어.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