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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Aug 18. 2023

집단 착각

written by 토드 로즈

토드 로즈 Todd Rose : 청소년기에 ADHD 진단을 받은 작가로 이른 나이에 결혼해 아이를 낳았고, 이곳저곳 직장을 전전하다 뒤늦게 대학에 진학, 하버드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자전적 에세이 "나는 사고뭉치였습니다"를 시작으로 "평균의 종말", "다크 호스" 최근작 "집단 착각"까지 읽으며 든 생각은, 이제 그를 설명할 때 ADHD라는 진단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개성으로 무장한 인간. 그 어떤 단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생동하는 인간. 다양성이란 이런 것이다. 자폐 스펙트럼도 비슷할 것이라 믿는다.  




책의 전반부와 후반부가 조금 다르다.


“집단 착각”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전반부는 충격적이었다. 작가의 전작 “평균의 함정”과 “다크호스”에 이어, 인간이 믿고 따르는 진실이 사실은 집단의 착각과 다를 바 없다는.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의 뇌는 우리가 집단에 대해 가지고 있는 ‘믿음’에 반응한다. 그 믿음이 사실에 근거하는지 아닌지 여부는 상관없다. 25p


작가의 메시지는 강렬하다. “의심하고 의심하라.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평균이란 개념이 마치 허상에 지나지 않은 것처럼, 성공으로 나아가기 위한 확실한 루트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진실과 정의 혹은 문제 해결을 향한 방식 또한 집단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집단 착각은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인간에겐 본능적으로 "집단의 선호"가 존재한다. 다른 말로는 순응 편향. 자신의 생각보다는 다수의 생각을 따르고자 하는 본능이다. 개인의 생각을 드러낼 수 있는 소셜 미디어 시대, 대중의 의견은 소셜 미디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소수에 의해 조정되기 쉽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소수의 의견이 다수의 의견이라 간주하고, 이들의 의견을 그대로 따라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사람들은 부나 직업, 외모, 옷 등 특권을 나타내는 지표들을 전문성의 지표와 착각한다. 다른 표현으로는 특권 편향. 돈이 많거나, 전문적인 직업을 가졌거나, 잘 생겼거나, 세련된 옷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때때로 인간은 자신이 소속된 집단을 위해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생각보다 빈번하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 인간은 소속되어 있을 때 안정감을 느끼므로, 소속감에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 내부 고발이 어려운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안전한 침묵을 택한다. 이 같은 침묵은 결국은 거대한 진실이 되어 돌아온다.


한마디로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다. 우리의 뇌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는데, 이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규범이나 패턴에 의존한다. 인간은 컴퓨터가 아니다. 인간은 모든 정보를 객관적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우리가 예측하는 대로 판단하려 든다.  


책의 후반부는 집단 착각이 난무하는 이 세계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다. 작가는 스스로에게 정직해지자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은,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그 목소리를 따를 때 조화로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메시지는 작가의 전작 “다크호스”와 맞닿아 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을 모방할 것이다. 우리는 뭘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를수록, 본인이 가진 지식과 능력에 확신이 없을수록, 더욱 다른 사람들을 참고하고 모방하는 경향이 있다. 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면, 개인뿐 아니라 심지어 집단 전체가 선도자의 행동을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럴 때 사람들은 자신들이 모방하는 행태가 선한지 혹은 악한지 등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와 같은 따라쟁이의 함정은 집단 착각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며, 실로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P295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타인에 대한 모방은 인간의 자연스런 행동 양식이라는데, 사람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내 아이야말로 집단 착각에서 자유로운 인물이 아닐까, 하는. 내 아이가 주변 사람과 하등 상관없이 무엇이 옳은지 집요할 정도로 고민한다면, 모두가 한 곳을 향하고 있을 때 다른 곳을 바라보며 바른말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관심사에 집착이라 할 정도로 몰입하는 자폐 스펙트럼의 아이러니. 여기에서 필요한 건 균형감각이다. 균형은 한순간 성공했다고 지속되지 않는다. 평균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매 순간 균형을 잡아야 한다. 매순간 의심하고 의심하는 것처럼.


사실 결론으로 가는 부분이 매끄럽지는 않다. 처음에는 집단 착각을 지적하면서 결국 개인이 조화로운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니 뜬금없기도 하다. 그러나 그 방향성은 알 것 같다.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행동할 때, 그 하나의 행동이 다른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하나 둘 정직한 행동이 모여 집단 착각을 마주할 수 있다는 진실.  



그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정직해라.
타인을 믿지도 말고 타성에 젖지도 말라.



조화로운 존재가 된다는 것은 당신의 신념과 행동을 일치시키고, 그런 상태로 피와 살을 지닌 당신의 주변인들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를 외부의 진실과 마찬가지로 내면의 진실과도 정렬해 내는 그런 일이다. P378


당신과 내가 매일같이 만들어내는 아주 작은 선택들이 이 세상을 더 좋은 곳, 혹은 더 나쁜 곳으로 바꿀 수 있다. 거짓 속에서 살아가기를 거부하는 작은 실천은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개인적 차원에서 뿐 아니라 사회적 차원까지도 바꿔 놓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P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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