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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Jan 07. 2022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들

written  by 토니 애트우드

토니 애트우드:  임상심리학자이자 아스퍼거 증후군 전문가.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들]이라는 청소년 대상의 아스퍼거 증후군 지침서를 집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아들이 서른다섯이 될 때까지 아스퍼거 증후군임을 알지 못하다가, 아들의 어릴 적 비디오를 보며 불현듯 깨달았다고 한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선상에서 가장 끝단에 위치하며 2013년 정신 장애 편람(DSM-5)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통합되면서 진단명이 사라졌다.

토니 애트우드 아스퍼거 신드롬 강연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ytHP5jQeQys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서 이렇게 명료하게 정리한 책은 드물다.


의학 전문의로서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는 것은 물론 건설적인 충고도 놓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인간 존재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준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을 보다 넓은 시선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전하는 매력적인 책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1944년 오스트리아 소아 정신과 의사 한스 아스퍼거에 의해 알려졌다. 한 무리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들은 사회적으로 소통하는 데 문제가 있었고 자기중심적이며 특정 관심사에 대한 집요할 정도로 탐구하는 성향을 갖고 있었다.


일단 토니 애트우드는 아스퍼거를 진단하는 데 필요한 요소를 상세하게 정리한다. 사회적 행동부터 언어, 관심사와 기계적 행동, 둔감한 운동신경과 인지, 민감한 감각까지. 1989년 카리나와 크리스토퍼 길버그의 연구에 따르면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1. 사회적 행동: 또래들과 상호 작용 무능력 / 또래들과 상호 작용을 하려는 욕구 부족 / 사회적 신호들에 대한 이해 부족 / 사회적, 감정적으로 부적절한 행동
2. 언어: 언어 발달 지체 / 표면상 완전한 표현 언어 / 딱딱하고 현학적인 언어 / 이상한 운율, 특이한 목소리 / 글자 그대로의 내포된 의미들을 착각하는 듯 이해력 손상
3. 관심사와 기계적 행동: 다른 활동을 배제 / 반복적인 집착 / 의미를 두기보다는 기계적으로 암기하기
4. 그 외 둔감한 운동신경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인지 능력의 부족, 그리고 민감한 감각으로 정리된다.



간단한 테스트로 아스퍼거 증후군을 알 수 있다면 편하겠지만 이게 참 복잡하다. 사회적 행동, 언어, 관심사와 기계적 행동, 둔감한 운동신경, 인지, 민감한 감각 등으로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징을 정리했지만, ‘어떤 요소에 해당사항이 있다 혹은 없다’로 단순하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이런 점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5점 척도를 기준으로 양 극단, 혹은 2나 3에 해당되기도 하고. 결국 아스퍼거 증후군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증상을 중심으로 임상 경험이 많은 전문가에 의해 진단되어야 한다.


비단 진단뿐만이 아니다. 토니 애트우드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발달장애에 해당하는가'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한다. 고민의 흔적은 이 책에서도 여실이 드러난다.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그의 동영상에서도 이런 점이 두드러진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아닌 사람은 뉴로티피컬, 우리나라 말로 하면 신경 전형증에 해당하는 사람인데, 토니 애트우드는 아스퍼거가 문제가 아니라 아스퍼거 증후군을 보는 뉴로티피컬의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나는 그의 우려에 격하게 공감한다.



아마 오역될 소지가 적은 '혼자 있는 사람들(loners)'이라는 용어가 아스퍼거 증후군 사람들을 표현하는데 보다 적합할지 모른다. 필자도 아스퍼거 증후군은 분명한 발달 장애라기보다는 개인의 개성에 대한 기술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비록 이런 개인들에게 진단 딱지를 부쳐야 하는지 혹은 인격 장애로 규정해야 하는지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그들은 아주 특이한 개성을 지녔을 가능성이 있다. 딕비 탄탐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닌 사람들의 장기적인 모습을 표현할 목적으로 '평생 지속되는 엉뚱함(Lifelong eccentricity)'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엉뚱함이라는 용어는 인격을 훼손하려는 의도에서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인류 역사를 색색의 실로 수놓은 벽걸이에 기부한다면 이들은 아주 밝은 색실에 해당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P289



이 책은 아스퍼거 증후군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물론 주변인들에게, 아스퍼거 증후군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자주 묻는 질문들에 대한 필자의 답변은 두고두고 읽어볼 만큼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령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닌 사람은 우울해지는 경향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토니 애트우드는 대답한다. 교실에서 가장 지능이 떨어지는 아이라도 사회적으로 유능한 사람, 지도자 혹은 코미디언이 되지만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닌 사람은 그들의 지적능력에도 불구하고 친구를 사귀려고 하면 관심의 표적이나 놀림감이 되어 괴롭힘을 당하고 따돌림을 받는다. 이것이 우울증을 유발하는 가장 일반적인 이유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되고 친구를 사귀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학교는 어쩌면 작가의 말처럼 '운동장 정글'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정글. 행동보다는 말로 설득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배려와 양보, 포용과 공정에 대한 개념도 익혀야 하지만, 사실 어리기 때문에 이런 것들은 힘들다. 하물며 성인에게도 어려운 일을! 사회적 관계에 부족한 능력을 보이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닌 소년, 소녀들은 자연스럽게 운동장 정글에서 도태되기 쉽다. 놀림감이 되고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이건 불안함과 우울함으로, 다시 이 감정은 아스퍼거 증후군의 취약한 면을 도드라지게 만든다. 돌고 돌수록 나빠지는 상태. 아스퍼거 증후군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는 현명하고 성실한 조언자가 절실하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사라진 진단명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보다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사용하는 게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선입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본다. 제발, 이름만이라도 자유로웠으면 한다. 부디 그들만의 잣대로 평가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문용어로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군이나 자폐 스펙트럼의 일부이지만 아이는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자폐아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행동하거나 일부 능력에서만 문제를 보인다. 자폐라는 용어는 특히 그 증상을 지닌 아이들의 발달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고 대부분 나중에 여러 가지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된다는 점에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들이 단순히 자폐 성향을 약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증상의 표출 양식도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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