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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Feb 18. 2022

앤서니 홉킨스 Anthony Hopkins

몇 건의 인터뷰들

앤서니 홉킨스: 영국 출신의 배우. 1992년 [양들의 침묵]에서 연쇄살인마 한니발 렉터 박사 역을 연기하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1995년 [남아있는 나날들]과 2020년 [더 파더]로 세 번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평범한 할아버지부터 대통령, 집사, 신부, 정부 요원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2017년 인터뷰에서 자신이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진단받았다고 밝혔다.



앤서니 홉킨스, 위키에 보면 이렇게 쓰여있다. 가장 위대한 배우 가운데 한 명. 그런 그가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기감정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이토록 위대한 배우가 됐는지 궁금했다. 그의 기사를 찾아보았다. 1937년 출생, 결혼은 모두 세 번 했으며 첫 번째 부인 사이에 딸 아비가일 홉킨스가 있다. 아비가일은 배우이자 가수로 활동 중인데 딸과는 관계가 대단히 소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https://www.mercurynews.com/2018/05/24/anthony-hopkins-and-his-estranged-daughter-abandonment-addictions-and-his-aspergers-syndrome/


앤서니 홉킨스는 그의 유일한 딸과 어떤 왕래도 하지 않으며 심지어 그가 할아버지가 되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헤어지고 가족들도 흩어진다. 그렇게 삶을 살아간다. 사람들은 선택을 하고 나는 그 어느 쪽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일면 차가워 보이는 자신의 발언에 그는 극작가 존 오스본의 말을 인용하며 "차갑다, 삶이 차갑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명배우라는 타이틀과는 달리 그의 인생은 순탄하지 않았다. 과거에 그는 알코올 중독에 시달렸으며 학창 시절에는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기사에는 그가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진단받았다는 사실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어디에도 쉽게 정착하지 못했고 말썽을 일으켰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그에게 깊은 불안을 가져다주었지만 배우로서 놀라운 재능도 선사했다. 뛰어난 기억력으로 대사를 모조리 암기했고 자신이 연기할 배역을 철두철미하게 해체하여 분석했다.


디테일의 장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에게 이보다 더 적당한 직업이 있을까? 나는 지금껏 관심 분야에 집요할 정도로 몰입하는 과학자나 컴퓨터처럼 정확히 사고하는 실리콘 밸리의 기술자들이 아스퍼거 증후군을 위한 최적의 직업이라 여겼다. 가장 인간적인 얼굴이 필요한 배우라는 영역에 아스퍼거가 위치할 자리가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앤서니 홉킨스뿐만 아니다. 영화 [고스터 버스터즈]의 댄 애크로이드(Dan Aykroyd)도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나 역시 아스퍼거에 대한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앤서니 홉킨스의 복잡한 가정사는 별로 읽고 싶지 않았다. 자식을 챙기지 않은 무심한 아버지와 그것에 상처받고 스스로를 억압하는 딸. 여기에서 누구의 잘못이 더 크다고 논하고 싶지 않다. 다만 그의 가정 문제는 그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기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그가 가족의 역할과 의무를 저버렸기에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나는 한 인간의 불행한 가정사를 아스퍼거 증후군과 동일시하는 태도를 경계한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이 관계를 맺는 데 서툴기는 하지만, 오랜 노력을 통해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사람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 진단을 믿지 못합니다.
나는 내 진단에 무지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https://www.express.co.uk/life-style/health/1542656/anthony-hopkins-health-aspergers-syndrome-signs



나는 앤서니 홉킨스의 최근 인터뷰를 보며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혀를 내둘렀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줘서. "사람들을 카테고리화 하는 것이 세계를 망치고 있다. 나는 내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어떤 이들은 신경다양성이라 부르던데 멋진 이름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몇 가지 특이성만으로 사람을 구분하고 이름을 붙이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이 같은 구분이 편리할 때도 있지만 그런 구분이 사람들을 차별하는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어떤 부류에 속하는지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갖고 있는 개별성에 집중해야 한다. 남들보다 뛰어나거나 남들보다 뒤처지거나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강점과 약점을 안고 살아간다. 누구든 부족한 점이 있다. 다른 이들의 배려와 이해와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만 명확하게 정리하면 된다.


앤서니 홉킨스의 발언은 신경다양성 운동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ADHD ASD 지적장애든 학습장애든 치료해야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뇌신경의 차이로 발생하는 너무도 인간적인 현상이란  말이다. 나는 이들에게 치료가 필요 없다는 급진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사회에서 편안하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부족한 부분을 배워나갈 시간과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겪으면서도 지적장애는 없는 성인,  기능적으로 매우 뛰어난 사람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신경정상적인 사람들에 비해 자살 가능성이 아홉 배나 높다고 한다. [뉴로트라이드]  스티브 실버만은  수치를 통해 일생에 걸쳐 놀림을 받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정신보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회에서 소외되는 것의 정서적 누적 비용이 얼마나 큰지   있다고 말했다. 나는 이들이 차별받지 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부디 손가락질받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행동을 정상 또는 비정상이라고 구분하는 기준은,
심리학적 건강은 이래야 한다고 정해진 틀에서 얼마나 벗어나느냐가 아니라
어린이가 그 행동으로 인해 얼마나 어려움을 겪는지에 있었다. [뉴로트라이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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