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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Mar 25. 2022

스티븐 쇼어 Stephen Shore

벽을 넘어서

스티븐 쇼어: 미국 아델파이 대학교의 특수 교육학 교수. 음악이 자폐 스펙트럼 선상에 있는 아이들에게 긍정정 영향을 미치며, 스스로도 신경다양성을 가진 아이들의 교육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그의 연구와 활동은 아래 웹사이트를 통해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https://drstephenshore.com/  




스티븐 쇼어는 태어난 지 8일 만에 몸을 뒤집었다.


침대를 트램펄린 삼아 뛰는 걸 좋아했던 아이는 10개월 만에 걸었고, 이후에는 귀에 손가락을 대고 원을 그리며 뱅글뱅글 도는 걸 즐겼다. 돌 무렵 아이는 사람들에게 안아 달라는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 다만 몸을 앞뒤로 흔드는 행동을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네 살 때까지 말을 하지 못했고 간혹 자해 행동을 보였다.


한때 정신병적인 행동과 강한 자폐 성향, 비전형적 발달이라는 의사 소견을 받은 아이는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유치원에 다니면서 언어를 익히기 시작했다. 이후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는 학교에도 진학했고 또래들의 괴롭힘을 받았으나 무사히 고등학교를 마쳤다. 대학에서 정보통신과 음악교육 학위를 취득한 뒤 직장을 얻었고,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가르치는 일'을 찾았다. 이제는 특수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고 자폐 스펙트럼 선상의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감정적으로 치우친 문제들을 대할 때는 뭔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것이 있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견디기 힘든 대립 현상을 경험한다. 이는 아마도 감정이란 것이 나에게는 제2외국어같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언어 채널을 통해 전해지는 말들을 해석해야 할 뿐만 아니라, 비언어 채널을 통해 전해 오는 신체 언어, 얼굴 표정, 억양까지도 해석해야 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P195



[벽을 넘어서]는 평범하지 않았던 자신의 유아기 시절부터 청소년기, 그리고 성년기를 담담하게 고백한다. ‘스티븐 쇼어’라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점은 아쉽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나열했을 뿐 여기에는 그의 감정이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그의 글에는 ‘감정’이 아닌 ‘사명’이나 ‘가치’가 곳곳에 숨어 있었다.


책의 부제는 ‘행복을 찾은 어느 자폐인의 이야기’지만, 이 책은 ‘행복’보다는 ‘성취’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 템플 그랜딘이나 존 엘더 로빈슨의 글이 ‘나 정말 행복해’ 보다는 ‘나는 여전히 무언가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에 가까운 것처럼. 어쩌면 숭고한 도덕성 같은.


자폐 스펙트럼상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비스펙트럼 사람들의 세상을 이해하고 상호 작용을 해야 하는 만큼, 자폐 스펙트럼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 또한 스펙트럼상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P259


이 책에서 가슴에 가장 와 닿는 문구다. 신경다양인은 소수라는 이유로 신경전형인의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여겼을 뿐, 그 반대의 경우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서로에 대한 존중은 다수의 논리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니까. 그 사람이 나와 다르더라도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거나 이 장애를 가진 사람과 함께 살거나 혹은 이들과 같이 일하거나 접촉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폐증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저자의 활동은 그래서 더 마음을 울린다. ‘스티븐 쇼어’의 활동은 믿음직스럽게 끝까지 이어질 것이다. 충실함이야 말로 그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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