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하 Jan 02. 2020

동료 찾기 - Buscar compañer@

나의  두 번째 언어 -스페인어로 살다#2-3

*스페인어에서는 남성, 여성 명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한 단어를 남성과 여성을 구별하여 쓰기 위해 끝에 o와 a를 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대표 명사는 남성으로 쓰이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o와 a가 결합된 @혹은 X를 써서 표기하기도 한다. 본 글에서는 @로 표기한다.

어디든 삶은 먹고사는 문제로부터 시작된다. 그중에서도 살 곳을 구하는 일은 한국에서나 스페인에서나 만만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처음 스페인 세비야에 도착해 학원에서 예약해준 숙소 기간이 끝나기 전 새로운 숙소를 구해야 했다. 어려울 거라 생각은 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일이었다. 그 어려움의 이유에는 외국이라는 상황, 집을 구하는 방식의 차이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살아가는 형태가 같지 않다는 것이 있었다. 

스페인은 많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 공간을 셰어 하여 산다. ‘스페니쉬 아파트먼트’라는 영화도 있지 않은가. 내가 이십 대 청춘이었다면 셰어 하우스의 낭만 같은 것을 꿈꿔보았을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대부분의 삶을 혼자만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살았기에 공간을 타인과 공유하는 방식이 익숙할 리 없었다. 이렇다 보니 ‘집을 구하는 일’은 함께 살 ‘Buscar compañer@ 부스까르 꼼빠녜로/라(동료 구하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미션은 집을 구하는 사람에게나, 집에 들어 올 사람을 찾는 쪽이나 마찬가지로 주어지는 과제인 셈이기도 했다.


낯선 나라에서 하루 이틀도 아니고 오랜 시간을 한 공간을 공유할 인연을 찾는 일이 어디 쉽겠는가. 게다가 초기에는 스페인어가 그렇게 유창하지도 않으니 그런 소통의 답답함이 서로 간에 문제가 되지 않아야 했다. 학원 친구들과 같이 열심히 스페인어 작문을 해서 핸드폰 문자로 저장을 해두고 괜찮아 보이는 광고가 보이면 메시지를 복사해서 보냈지만 거의 스무 통이 넘는 문자에 답은 다섯 통이 올까 말까였다. 그나마도 가보면 사람은 마음에 드는 데 공간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공간은 괜찮은데 같이 살 친구들이 딱 보기에도 안 맞을 것 같았다. 그렇게 두 개의 조건이 만족되는 곳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거의 집을 빼 주어야 하는 날이 가까워왔을 때 운 좋게 학원 친구의 소개로 만난 집과 사람이 아니었다면 나의 스페인 살이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공간도, 위치도, 사람도 좋았던 그 집은 세비야 5년 살이 중 거의 3년을 지낸 안식처가 되었다.


5년 동안 집을 공유한 동료들은 많았다. 지금은 본국인 오스트리아에서 요리사를 하고 있는 친구, 같이 지낼 때는 의대 1학년생이던 당찬 여학생은 이제 어엿한 의사가 되어 독일 병원에서 근무 중이다. 얼마 전 결혼 소식도 전해왔다. 스페인 취업난을 몸소 보여주며 헝가리로 취업이민을 간 친구도 있었고, 스페인 공무원 사회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던 탱고를 사랑하던 한량 공무원 친구도 기억에 남는다. 모두가 무언가를 공유하기에 좋았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 시간 안에서 서로 어떻게든 ‘같이 살기’를 노력해 갔던 경험은 전혀 모르는 누군가와 살아보는 것에 낯설던 나에게는 분명 새로움이었다. 


자발적으로 일상에서 함께 삶을 나누는 ‘Buscar compañer@ 부스까르 꼼빠녜로/’ 동료를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학교나 회사, 단체 등 의무적인 태두리가 없어진 삶에서는 더 그렇다. 어쩌면 스페인에서의 5년은 ‘억지로’라도 ‘집’이라는 태두리 안에서 그 연습을 했던 시간이었다.  


스페인에서는 무언가를 공유하는 관계의 사람들을 ‘Compañer@꼼빠녜로/라(동료)’라고 부른다. 한국어에서 ‘학교 친구’, ‘회사 친구’ 등으로 쓰는 말에 ‘amig@ 아미고/가(친구)’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고 ‘‘Compañer@꼼빠녜로/라 de 학교/회사 (학교/회사의 동료)’라고 쓰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무엇이 있나요? -¿Qué ha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