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 도자기 유학을 간 건가요?”라는 질문
누구도 정하지 않은 시간이지만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 준비를 하고, 오전 10시쯤이면 나의 작은 공간에 도착한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불을 켜고, 커피 물을 끓이고, 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청소를 한다. 특별히 무언가 정해진 일이 없는 날도 그렇게 대부분의 하루를 시작한다.
이곳은 벌써 4년이 되어가는 서울 가운데 나의 작은 공간이다.
이름은 ‘La Parada(라 빠라다, 스페인어로 정거장이라는 뜻)이다.
나는 이곳에서 도자기도 만들고, 도자기로 사람도 만나고, 스페인어도 가르치고, 글도 쓴다. 가끔 그 어떤 것과도 상관없는 모임을 하기도 하고, 그냥 문을 잠그고 쉬기도 한다. 이름처럼 누군가 그 일관성 없는 놀이거리에 함께하기 위해 잠시 머물다 떠나는 정거장이면서 나에게 역시 서울 가운데에서 머물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런 나의 일상을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10년 넘는 시간을 정해진 시간에 맞춰 출퇴근을 했고, 일 년에 며칠 있는 휴가에 집착했고, 월급날의 행복과 허탈함을 반복하며 ‘언젠가 다른 삶’이라는 로망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직장인이었다. 그렇다고 퇴사 로망을 가질 만큼 직장생활을 괴로워하던 부류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서서히 자라난 변화의 동력은 스페인행을 결심하게 했다.
“왜?”
라는 물음에 어떤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잠시 멈추어보면 삶의 가속도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싶었다. 나에게 스스로 변수를 주면 삶이 어떻게 갈까? 궁금하기도 했다. 인생 2 시즌을 시작하기에 그렇게 적은 나이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더 미루기엔 마지노선과 같은 시간이었다. 기왕 해보려는 일이라면 해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사실 문장처럼 그렇게 쿨하게 대범했던 것은 아니다. 퇴사를 결정하고 한 달 정도는 건너지 말아야 하는 강을 건넌 것 같은 막막함도 있었다. 그래도 어쩌랴. 이미 마침표를 찍었고 새로운 문단 앞 커서가 깜빡거리기 시작한 것을.
“그래서 스페인에 도자기 유학을 간 건가요?
오늘의 나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의 스페인행은 그렇게 읽힐 수 있겠다.
그러니까 어떻게 대답을 할까.
그 대답을 해보려고 한다.
2010년 8월 스페인행 비행기에 있던 나에게 전혀 예측되지 않았던 지금의 나에 대한 조금 긴 대답이다.
“그럴 리가요. 도자기라니요. 하하 ”
이렇게 시작되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