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명사’로 설명해 보세요.

#한국어 수업 5강

by 로하

어느 언어나 첫 시작을 여는 동사는 ‘이다’이다.

문장은 모든 언어가 주어와 서술어로 구성되어있다.(내가 아는 한에서는 그러하지만 혹 그렇지 않은 미지의 언어가 있을 수도.) 말을 배운다는 것은 주어를 서술어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를 배우는 것이기도 하다. 크게 보면 주어를 명사로 설명하거나, 형용사, 혹은 동사로 설명할 때 문장을 만드는 방식. 그것이 각각 언어 구성의 큰 그림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단순화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또 그만큼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이기도 하다.


처음 등장하는 동사 ‘이다’는 이중 주어를 명사로 설명할 때 쓰는 동사이다. 한국어에서는 그렇다. 내가 아는 언어 영어나 스페인어에서는 형용사로 설명할 때도 쓰기 때문에 모든 언어에서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언어 공부의 맨 첫 장 주제를 장식하는 ‘자기소개’와 항상 연결되어 나오는 문법이 ‘이다’인데 스페인어 수업을 할 때는 ‘이다’ 동사 하나만으로도 명사, 형용사를 같이 쓸 수 있어서 만들 수 있는 문장이 꽤 많아진다. 이름부터 성격, 외모까지 다양한 단어만 안다면 문장을 만드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 충분히 자기소개의 도구로 쓰일 수 있는 동사인 것이다.

하지만 한국어는 그렇지 않다. 오롯이 명사하고만 함께 쓰다 보니 자기소개를 명사로만 하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나를 소개할 수 있는 명사가 얼마나 될까?

이름, 국적, 성별(굳이), 직업.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창의적으로 나를 소개할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나는 아나예요.”

“나는 콜롬비아 사람이에요.”

“나는 학생이에요.”


줌 화면 속 친구들이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는데 이름 빼고는 별로 변수가 없어 심심하다. 뭔가 진짜 나에 대한 소개는 빠진 심심한 문장들이 떠다니는 느낌이랄까.

그런 와중에 한 친구가 실수로 ‘사람’을 빼먹고 “나는 콜롬비아예요”라고 소개하는 문장에 나는 오히려 신이 난다.

“와. 소피아는 콜롬비아 자체예요? “ 학생들이 실수에 웃고 아쉬워하지만 뭔가 그런 정의들도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노래 가사에나 등장할 것 같은 시구처럼 나를 은유적으로 담을 수 있는 명사들을 찾아 넣어 나를 정의해 보는 것도 재밌는 일일 거다.


“나는 빨강이예요.”

“나는 구름이에요”

“나는 자유예요”처럼 말이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명사를 뻔한 자기소개 단어 리스트들 안에서 찾지 않고 무수한 명사들 안에서 탐험하듯 찾아보는 것. 그것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이다’라는 동사 하나로도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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