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끝이 있는 것들에 대하여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한하다.'
수, 양, 공간, 시간 따위에 일정한 한도나 한계가 있다는 뜻의 명사입니다. 의미부여를 숨쉬듯 하는 사람에게 이 끝이 있다는 '유한함'이라는 것은 얼마나 애틋한 기폭제인지요.
한도가 있다는 것은 대체로 -통장잔고를 제외하고는 거의- 그 자체만으로 애틋하고 간절해집니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주어진 것들이 화수분처럼 무한히, 영원히 주어지지 않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중 가장 그럴싸하고 근사한 것, 내가 가장 괜찮아 할 법한 것들을 골라내는 일에 집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삶 자체도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끝이 존재하는 것이니 그 삶을 역시나 유한하기 때문에 더욱 가치있는 것들로 채우고 즐기기 위해서요.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바로 보는 일이 중요합니다. 살면서 자주 찾아온 결핍의 순간들은 불행 중 다행으로 좋고 싫은 것을 잘 골라낼 줄 아는 기준을 내 삶 곳곳에 잘도 심어두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어느 순간 또는 사람을 마주하건 말이죠. 그러고보면 결핍이란 것이 꼭 부족한 것만은 아니군요. 뭐 하나는 남길 줄도 아니 말입니다.
비록 그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지더라도 은은한 잔상은 오래 남을 수 있도록 고르고 골라 내 삶에 대틋한 의미로 가득 채우는 것, 그것이 내가 그토록 애틋해 하는 끝이 있는 것들에 대한 최선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