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송정 장명선 질문하고 단연 오늘 답하다.
하지 않아도 될 말은 굳이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말을 하느냐도 너무나도 중요하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골라내며 한 마디, 한 마디 솎아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은 대부분 특히 더 강한 전달력을 가져 그 의도를 오해하게 합니다. 그래서 나는 나름의 거름망을 가지고 속에서 솟아나는 말을 애써 골라내며 하게 됩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추임새,
음절,
조사 같은 사소한 것들이 내 진심을 흐리게 하거나 듣는 사람의 마음에 콕 박히게 된다면 그 말을 하고 있는 순간을 두고 두고 후회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하는 말의 무게는 매우 가볍습니다. 그 무게를 굳이 따지자면, 고작 구스다운 정도의 무게일겁니다. 무겁고 뾰족한 말들은 이미 한번 걸런내었기 때문에 가벼운 무게만 남았습니다.
무게는 가볍지만, 쌓이면 따뜻한 말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가벼워서 부담스럽지 않고 시나브로 쌓여 어느새 따뜻하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깃털정도 무게의 말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가끔
마음이 무거워 덜어내고 싶은데 상대가 위로랍시고 쏟아내는 말들이 되려 짐이 되고 시릴 때가 있습니다. 제가 그래보았기 때문에 무겁고 멋진 말이 꼭 위로가 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볍지만 쌓이면 따뜻하고 위안이 되는 무게의 말을 하려고 합니다.
누군가는 구스다운 깃털정도의 가벼운 무게 때문에 조금 더 버텨볼 힘을 얻기도 하니까요.
P.S.
그리고 구스다운,
패딩이고 이불이고 간에 꽤나 비싸답니다.
그만큼 가치 있다는 거겠지요?
일. 비가 갠 후의 퇴근길 하늘
퇴근길에 마주하는 하늘은 늘 아름답지만(사실 퇴근길에는 웬만하면 다 아름답기 마련입니다만), 특히 요즘처럼 비가 온 뒤 말갛게 갠 깨끗한 오후 예닐곱시 경의 하늘은 참 아름답습니다. 높고 파란 바탕에 노을을 머금은 붉은 구름, 그리고 언뜻 비치는 달까지.
지쳤던 하루를 응원하는 잘 버틴 하루에 대한 세레모니 같아서 휴대폰 카메라로 열심히 담습니다.
오늘의 하늘과 어제의 하늘, 그리고 아침의 하늘과 저녁의 하늘은 또 다르니까.
이 순간, 이 색, 이 분위기의 하늘은 오직 지금 한 번 뿐이라 더 아름다운 모양입니다.
다시 못 올 것이라고 생각하면, 유한한 것들은 그 이유만으로도 아름답고 아깝게 느껴지지요.
이. 힘들게 고민하는 나를 위해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남편의 마음
최근 한 주, 큰 고민을 안고 여러가지 새로운 길에 대해 걱정하고 주저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본인도 걱정되고 부담될텐데도 어떤 선택을 해도 괜찮다고 흔쾌히 말해주고 내 편이 되어주는, 불안에 갇힌 나를 안락하고 평온한 상태로 이끌어 주려는 남편의 깊은 마음이.
이 사람과 함께 인생을 함께 하게 되어 다행이다 싶을만큼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P.S.
물론 제 마음에 드는 답을 주었으니 아름다운거겠지만요.
삼....
며칠을 노트를 잡고 앉아 고민해보았는데, '최근'의 범위를 늘리고 늘려 1년 간으로 두고 보아도 아름다운 순간, 형태, 그런 것들이 도무지 더이상은 떠오르지 않아서 두 가지 이후로는 더는 이어갈 수가 없습니다.
마음이 복잡하면 좋은 것들을 보고 느낄 여유가 없어지나봅니다.
솔직하지 못하게 그럴싸한 이야기를 꾸며내고 싶지는 않아서.
여기까지만 채우고 오늘부터는 진짜 아름다운 것을 들여다 볼 여유를 찾아야겠어요.
1년 반 전 나는 저렇게나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희망퇴직 공고를 보고 선택을 고민하며 마음이 괴로워서 어떤 아름다운 것들도 불안에 덮인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지요. 가진 것도 별로 없으면서, 어쩌면 그런 이유때문에 이마저도 놓칠까봐 전전긍긍하던 시기였거든요.
그리고 1년 반 후, 퇴직을 택한 나는 손에 쥔 걸 놓았으나 크게 잃지는 않았습니다.
달라진 것도 별로 없습니다.
굳이 달라진 걸 찾자면, 그때는 고작 3가지도 찾기 어려웠던 아름다운 것들이 이제는 추리기가 힘들정도로 널리고 널렸다는 것 정도일까요?
대부분 괴로운 일은 눈에 보이 않는 것들 때문입니다.
미래, 불안같은 것들이죠.
하지만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들은 대부분 지금, 현재 내 옆에 존재하고 내 앞에 보이는 것들입니다. 그러니 마음이 괴롭고 어렵다면 숨을 고르고 지금 현재의 자신에게 집중해보세요. 이렇게 말하는 저역시 그때의 노트를 돌아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아름다운 것들은 지천에 있고, 그걸 못보게 하는 건 현재에 없는 마음, 그러니까 너무 멀리 앞서있거나 너무 뒤에 있는, 그런 마음 때문이니까요.
(2025.11월, 단연 오늘)
2025년 송정화실 회원전 <Our Universe>의 작품준비를 위해 2024년 6월부터 시작된 송정 장명선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답을 기록한 단연 오늘의 작가노트에서 발췌, 편집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