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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요 Nov 01. 2022

몸과 마음이 단단해진 600일의 기록, 저녁루틴 노하우

매일 밤, 다섯 가지 테마로 기록한다. 저녁 루틴이기도 하고, 잠들기 전의 리추얼이기도 하다. 약 복용 트래커, 해빗 트래커, 감사일기, 위클리 플래너, 생활력 트래커 순으로 작성한다.


거창한 목적은 없었다. 성취하는 나를 위해? 아니. 갓생사는 나를 위해? 아니아니. 객관적으로 나의 생활을 관찰하기 위해서 썼다. 뭔가를 고민하고 결정하는데 쓰는 에너지를 줄일 목적도 있었다. 아침마다 무엇을 하면서 보낼지 생각하느라 허둥지둥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약 복용 트래커, 해빗 트래커, 감사일기는 그 날 하루를 점검하는 목적으로 쓴다. 위클리 플래너와 생활력 트래커는 내일의 활동을 계획하기 위해 쓴다. 자연스레 하루의 끝을 인지하면서 내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잠들 수 있다.





기록하는 시간이 누적되자

매일 달라지는 몸과 마음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

매일 쓰면서, 나의 몸과 마음이 얼마나 심한 변덕을 부리는지 깨달았다. 아픈 걸 인정하기 싫어서 약을 안 먹는 날이 비일비재했다. 한 달에 15일은 어쩔 수 없이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떨어지니 컨디션이 좋지 못한 상태로 생활해야만 했다. 기록하기 전엔 전혀 알아채지 못했던 일이다.


삶이 단순해진다생활이 한 눈에 들어온다정답을 알고 치는 시험처럼 사는 게 편해진다.

노트와 기록지만 보면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단 번에 확인할 수 있다. 통장 쪼개기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매 월 목적에 따라 적금 통장, 비상금 통장, 공과금 통장 등으로  통장을 쪼개두면 돈의 흐름이 한 눈에 보여 돈 관리를 하기 편해지듯 저절로 생활 관리가 된다. 결정과 갈등에 드는 에너지도 확 줄어들었다.







오늘을 돌아보는 


저녁 기록 루틴 01 : 약 복용 트래커

매일 기록한다고 매일 약을 잘 챙겨 먹지는 않았다. 타이밍을 놓쳐 안 먹는 날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넘겼다. 다음 날은 빠뜨리지 않기 위해 한 번 더 신경을 쓰게 된다. 


'공복 30분 전 복용'을 못 지켜 약을 건너뛰게 되는 패턴이 자주 반복되어 이를 고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일단 일어나자마자 약부터 먹고 씻으러 간다. 


컨디션 난조가 일어나는 주간이 되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각별히 약복용을 더 신경 쓴다.   

  

*약복용 트래커는 서촌 <올라이트>에서 판매하는 스퀘어 플래너를 사용하고 있어요! 




저녁 기록 루틴 02 : 해빗 트래커

해빗 트래커의 기록 원칙. 못했다고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는다. 매일 하면 좋은 일을 적어두고, 실행한 일은 색칠한다. 못하거나 안하는 일이 있다면 하지 않은 이유를 생각해본다. 몸의 문제 때문인지, 마음의 문제 때문인지를. 원인을 알면 해결은 간단해진다. 또 한 달 동안 이 트래커가 알록달록해지는 재미를 누리고 싶어 기록하는 이유도 있다.


*무료 배포하는 템플릿을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녁 기록 루틴 03 : 감사 일기

무교이나 노트의 생김새가 꼭 성경책 같아서 절로 경건한 마음을 느끼며 쓰고 있다. 내 안의 화를 내려놓지 못하던 시절, 쓸 말이 없어서 "고마운 일 없음"이라고 쓰기도 했다. 


마음을 고쳐먹은 후 ①오늘 하루 잘한 일 → ②새롭게 깨달은 일 → ③나를 기쁘게 했던 순간 → ④고마운 사람들에 대해 쓴다. 똑같은 일상이라 쓸 말이 없을 것 같지만 생각하려고 하면, 뭐든 떠오른다. 기특한 뇌가 아닐 수 없다.


감사 일기를 쓰면서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 온 몸으로 싫어했던 인간들을 마음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왜 병이 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이런 과정을 거쳤다. 매일 분노로 가득 차 있던 날, 생각의 끝은 언제나 분노의 대상들이었는데 ‘새롭게 깨달은 일’을 떠올리려다가 좋은 면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프지 않았으면 영원히 멈출 줄 모르는 사람이었을 테니, 일단 멈추고 삶을 다시 돌아보라는 기회였겠구나, 뭐 이런 깨달음에 나도 모르게 도달했다. 


나는 그저 쓰기만 했을 뿐. 정말 쓰기의 힘, 기록의 힘, 감사함의 힘이다.     

 

*<포인트 오브 뷰>의 사과 노트를 쓰고 있습니다. 






내일을 계획하는


저녁 기록 루틴 04 : 위클리 플래너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생각나는 대로, 내일 해야 할 일을 쓴다. 처음엔 ‘해야 할 일의 중요도’ 순서대로 썼는데,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할 일만 따로 체크해둔다. 집중력이 가장 높은 때에 ‘중요하지만 하기 싫은 일+어려운 일’을 해치워야 하기 때문. 


서촌 <올라이트>의 ‘위클리 플래너’를 쓰고 있는데, 1주일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가볍고, 무엇보다 유선 노트라 매우 흡족해하며 사용 중이다.     




저녁 기록 루틴 05 : 생활력 트래커 

‘위클리 플래너’에 쓴 내일의 계획을 토대로 ‘생활력 트래커’에 해야 할 일을 적는다. 얼만 큼의 시간과 에너지를 쓸지를 미리 가늠해본다. 에너지를 소진하는 일에 전력질주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이를테면, 글 쓰는 일에 하루 3시간을 투자하고, 에너지는 30%만 쓰자고 계획해두면 글을 잘 쓰려는 마음보다 완성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업무에는 이렇게 활용해볼 수 있을 것. 아침 업무 4시간, 에너지 70%. 오후 업무 4시간, 에너지 40%. 이렇게 계획해두는 것만으로도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생활력 트래커를 쓰면, 매일 나의 일과 휴식을 돌아볼 수 있다. 삶이 조화로워진다는 게 장점이다.


*저는 전 날의 생활력 트래커를 되살피는 루틴도 있습니다만 이건 다음에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볼게요. 

*생활력 트래커 시트를 다운 받아 사용하세요. 사용법은 https://brunch.co.kr/@yisoyo/22




약 복용 트래커 → 해빗 트래커 → 감사일기 → 위클리 플래너 → 생활력 트래커      


이 5단계 저녁 쓰기 루틴은 5분 내외로 끝난다. 매일 5분의 시간이 쌓이면 기록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      


저녁의 쓰기 루틴이 내 인생을 위대하게 바꿀까? 모르겠다. 다만, 몸과 마음이 무너지는 위급한 상황은 루틴이 없던 시절에 일어났다.


멋진 일이 아니라 계속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위로가 되었다. 루틴은 나만의 세계를 완성해나가도록 격려해주었다. 그러자 몸과 마음이 단단한 내가 되었다. 이거면 됐지! 그렇지 않나요?           

    


휴가를 부추기던 여행작가였다. 번아웃을 방치하다 희귀병 환자가 되었다. 3년 동안 요양하며 깨달았다. 우리 삶엔 가끔의 휴가보다 매일의 휴식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나답게 일하고, 나답게 잘 쉬고, 나답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화로운삶연구소>의 소장이 되었다. 날마다 일상의 작은 기쁨을 충전하면서 ‘잘 쉬는 기술’을 궁리하며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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