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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요 Feb 02. 2023

때론 눈을 딱 감고, 시도해보면 좋은 일도 있다.

그저 놀라울 뿐! 감사일기를 쓰고 달라진 것

미쳤다고 생각했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이 샘솟았다. 어느 날은 감사한 마음이 흘러넘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도 했다. 어머나 세상에, 맙소사다! 




나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시니컬한 인간이었다. 인간에 환멸을 느낄 정도로 충격적인 배신을 당했고, 그런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났으며, 와중에 희귀병 진단을 받아서 정말로 살고 싶지가 않았다. 마음이 회복될 새 없이 연속적으로 훅훅 일어난 일이라 삶이 더욱 가혹하게만 느껴졌다. 


감사일기? 끔찍했다. 온몸으로 거부했지. 반항심도 일었다. ‘그까짓 일’이라고 얕잡아 보기도 했다. 세상 부정적인 인간이 또 나란 사람 아니었던가.


계기가 있다. 요양 2년 차, '기록'을 하면서 나 자신이, 내 삶이 달라진다는 걸 직접 체감했기에 감사일기를 '쓰는' 일에도 기대감이 생겼던 것.  


 '설마'와 '혹시나'를 마음에 품고 매일 썼다. 오늘 하루 잘한 일, 새롭게 깨달은 일, 나를 기쁘게 했던 순간, 고마운 사람들에 대해서. 쉽지 않았다. 특히 고마운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한 동안은 거짓된 마음으로 썼다. 고맙다고 느끼지 않았지만 고마운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마음으로. 


변화가 생겼다. 3개월 만에. 세상엔 고마운 사람들이 넘쳐났다.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는 단골 카페의 바리스타 님에게 고마웠다.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전해 주시는 버스기사님께 고마웠다.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시는 청소여사님께도 고마웠다. 어느 날은 좋은 글을 써주는 세상 모든 작가 님들께 고마움이 차올랐다. 좋은 곡을 남겨준 작곡가와 그 곡을 연주해 주는 연주자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솟아올랐다.


한 술 더 떠서, 나를 괴롭게 했던 내 인생의 악역들에게도 감사한 점을 찾아냈다. 그들 덕분에 나는 사람을 대하는 성숙한 자세를 배웠으니까.



감사일기를 쓰면서, 나는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을 먼저 보는 사람으로 변했다. 그랬더니 덩달아 내 마음도 편해졌다.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 확연히 줄었다. 쓸데없이 우울감에 빠지거나 분노에 휩싸이는 빈도 역시 반감됐다. 


감사일기를 쓴 후, 매일이 새로운 날처럼 느껴졌다. 단조롭게 반복되는 요양 생활에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을 리 만무한데, 매일의 기쁨과 새롭게 깨달은 점을 찾으면서 의미 있는 나만의 하루가 완성되었다. 쓸 땐 몰랐는데, 감사일기를 쭉 읽어보면서 깨닫게 된 점이다. 


재미있게도 고마운 사람이 늘 눈에 띈다. 매일 저녁 감사일기에 무엇을 쓸지를 항상 염두에 두어서 그럴까? 몸과 마음의 레이더가 '감사한 일 찾기'에 늘 촉수를 세우고 있는 것 같다. 


부정적인 생각만 하게 되면 우리 뇌는 부정적인 생각에 더욱 노출되도록 뇌구조가 바뀐다고 한다. 반대로 긍정적인 생각을 자주 하면, 뇌구조 역시 긍정적인 일에 더 자주 반응을 하도록 변한다고. 내가 괜히 변한 것이 아니었다. 부정적인 인간도 긍정적인 인간이 될 수가 있다니!




놀라움에 호들갑을 떨긴 했다. 감사일기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삶을 통째로 바꿀 수도 없다. 단, 매일의 나와 나의 하루는 달라지게 만든다. '감사'라는 말이 어쩐지 간지러워 '감사일기' 쓰기를 머뭇거릴 수도 있다. 때론 눈을 딱 감고, 멋쩍음을 극복해 시도해보면 좋은 일도 있는 법이다. 감사일기 쓰기가 그렇다.



남들보다 혹독하게 번아웃을 겪었고, 3년 만에 번아웃에서 탈출했다. 번아웃 탈출을 위한 <자기 돌봄> 콘텐츠를 만들고, 번아웃 탈출을 위한 <생활력 코칭>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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