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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Oct 30. 2020

나의 커다란 행복

마음이 바쁠 때 끄적이는 글

언제 비가 왔나 싶게 해가 뜬다.

안경 없이는 세상이 또렷하지 않아서 오랜 시간 안경을 끼고 있다.

콧등에는 안경 받침 자국만큼 화장이 지워져 있다.

눈 사이 파운데이션을 손가락으로 문질문질 하는 습관이 생겼다.      

마음이 바빠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땐 안경을 벗고 쉰다.

심호흡을 길게 하고 상관없는 메모를 한다.



- 오늘은 시간 내에 기획안을 마치고 술이나 먹으러 갈 테야.

그래서 무리한 일정에 양해를 구했지.

점심을 고구마 하나로 때우고서 자료를 찾았지.

그러니 나는 가방을 아주 가볍게 하고서 술을 마시러 갈 테야.      


- 나는 아빠를 사랑한다.

아마 나만큼 아빠를 애틋하게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 오늘 아침엔 오빠가 토스트를 해줬다.

어제 동네 빵집에서 고심해 골라온 호두 식빵을 토스트기에 넣고 계란을 굽는다.

양배추를 썰어 반 접은 토스트에 계란 프라이와 함께 넣고 케첩을 뿌린다.

많이 뿌린다. 왕, 베어 물고 목으로 넘기기 직전 우유 한 모금.

캬. 나의 커다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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