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바쁠 때 끄적이는 글
언제 비가 왔나 싶게 해가 뜬다.
안경 없이는 세상이 또렷하지 않아서 오랜 시간 안경을 끼고 있다.
콧등에는 안경 받침 자국만큼 화장이 지워져 있다.
눈 사이 파운데이션을 손가락으로 문질문질 하는 습관이 생겼다.
마음이 바빠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땐 안경을 벗고 쉰다.
심호흡을 길게 하고 상관없는 메모를 한다.
- 오늘은 시간 내에 기획안을 마치고 술이나 먹으러 갈 테야.
그래서 무리한 일정에 양해를 구했지.
점심을 고구마 하나로 때우고서 자료를 찾았지.
그러니 나는 가방을 아주 가볍게 하고서 술을 마시러 갈 테야.
- 나는 아빠를 사랑한다.
아마 나만큼 아빠를 애틋하게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 오늘 아침엔 오빠가 토스트를 해줬다.
어제 동네 빵집에서 고심해 골라온 호두 식빵을 토스트기에 넣고 계란을 굽는다.
양배추를 썰어 반 접은 토스트에 계란 프라이와 함께 넣고 케첩을 뿌린다.
많이 뿌린다. 왕, 베어 물고 목으로 넘기기 직전 우유 한 모금.
캬. 나의 커다란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