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 Oct 30. 2020

커다란 위안

마음에 들지 않는 내가 괴로운 밤

가끔은 보여지는 것에 집중하느라

내 것을 야금야금 잊는다


다정한 남편, 건강한 팔다리, 사랑 많은 엄마 아빠, 사려 깊은 친구들...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커다란 것들이니

그걸 빼놓고 생각하면 실제로 내가 가진 건 많지 않은 것이 당연한데,

왜 내 건 이렇게 작고 보잘것없냐고 불평하고 있는 것이 웃기다.     


오빠가 고롱고롱 코를 골면서 옆에서 자고 있으면

나는 좀 안심이 되는 기분이다

본인은 스스로를 아주 예민하고 잘 못 자는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

일단 코를 골기 시작하면 누가 업어가도 모른다.

괜히 뜨끈한 발에 내 발을 맞추고

겨드랑이 사이로 머리를 집어넣고 누워서

숨을 따라 쉬어 본다.     

고롱고롱고로롱.


잠은 안 오고

낮에 지나쳐온 풍경과

그 속에 마음에 안 들던 내 모습을 곱씹으면서 괴로운 새벽.

고롱고롱 숨소리가 유일하고 커다란 위안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건 분명 사랑일 거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