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하루가 괜찮았기를 바라는 마음
오빠는 술을 먹으면 코를 곤다.
너무 크게 골아서 자다가 깜짝 깨고 나면
처음엔 놀라고 나중엔 열 받는다.
코를 막아도 계속 고는 오빠가 미워서 몰래 발로 걷어찬다.
조금 잠잠해진 모습을 보면 또 조금 짠해져서 이마를 문질문질 해준다.
그걸 반복하다 잠을 설친 날에는 아침까지 짜증이 나 있는데
오빤 눈뜨자마자 안아주면서 말한다
- 어제 오빠가 코 골아서 잘 못 잤어?
헛, 어제 코 막고 발로 찬 거 들켰나.
괜히 찔려서 으응, 하고 어떻게 알았어? 하면
- 오빠 술 마시면 코 골아서 잘 못 잔다고 했었잖아.
다정한 우리 오빠. 그럼 나는 슬그머니
- 자다가 쪼끔 코 막고 발로 한 번 찼어. 미안해.
한다.
요즘은 이상하게 잠든 오빠를 보면 괜히 더 짠한 마음이 든다. 오빠가 조용히 일어나서 안방 문을 살짝 닫고 거실로 나가는 것, 뉴스를 아주 작은 소리로 켜놓고 컴퓨터를 켜는 것, 시간 맞춰 샤워를 하고 나와 내 이름을 한 번 부르는 것, 잠이 덜 깬 나를 맨살로 안아 주는 것, 습관처럼 음식물 쓰레기와 꽉 찬 쓰레기봉투를 챙겨서 나가는 것, 쓰레기는 챙기면서 마스크는 잊어버리는 것, 쓰레기 봉지를 들고 출근하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작은 가게에서 온종일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 당연한 걸 물어보는 불특정 다수를 응대하는 것, 그러다 가끔은 고약한 손님을 만나기도 하는 것, 퇴근길에 꼭 전화를 하는 것, 삑삑 삑삑 도어록을 열고 '오빠 왔다'를 외치는 것, 당연하게 설거지를 하는 것, 귀찮은 산책을 못 이기는 척 함께 가주는 것, 가다 말고 꼭 내 사진을 찍어주는 것, 툴툴대면서 열심히 스트레칭을 따라 하는 것, 찬 바람이 불면 뜨끈한 두 손으로 귀를 만져주는 것, 임신한 여자의 몸의 변화에 대해 열심히 들어주는 것, 좋아하는 수박을 네 조각 잘라 그중 세 조각을 내 앞에 두는 것, 아주 조심스럽게 구석구석 튼살 크림을 발라주는 것, 고롱고롱 코를 골며 잠드는 것. 그 모든 사소한 행동들이 문득 기특하고 애틋하고, 조금 짠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면, 마침내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건 분명 사랑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