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생각만 해도 애틋해서 눈물이 나는 사람을 하나 더 만드는 일이라고,
초록이 무성한 길을 산책하다가 생각했다.
나는 되도록 최소한의 사람만을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아빠는 기다리는 걸 싫어한다.
69번 대기표를 받아놓고 56번 손님을 부르는 걸 쳐다볼 때만 해도
“아빠 다리 아파? 배고파? 우리 좀 기다려야 되는데 괜찮아?” 묻는 말에
괜찮다 하더니 두 시가 넘어가자 화를 내기 시작한다.
“내가 너를 안 믿는데, 또 믿은 게 잘못이야”
고르고 골라 못된 말을 하고는 군밤 트럭에서 5천 원어치 군밤과 5천 원어치 생밤을 사서 입에 넣어준다.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팠군. 우리 아빠.
겨우 들어가서 국수를 먹으면서도 여전히 짜증은 풀리지 않고
무슨 맛인지 모르겠어서 고개를 갸웃갸웃.
그러다 서비스 밥그릇과 숟가락 하나가 너무 옹색해서 황당한 우리 아빠.
아빠 반응에 무안해진 직원은 “밥 좀 더 드릴까요?”하고, 우린 또 킥킥킥 웃는다.
같이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망쳐버린
서울 데이트.
1만 4천 보나 걷느라 엄마 양말에 구멍을 낸
서울 데이트.
그래도 아무런 스케줄 없이 목적 없이 생각 없이
셋이서 밥을 먹고 걷고 커피를 마시고 지하철을 탔던 하루가
오래 기억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