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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차 출판사 대표의 믿을 구석

by 김이름

어제, 아이의 여섯 살 생일 선물로 자전거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보조바퀴가 있는 네 발 자전거였는데요. 자전거에 올라탄 아이는 '처음'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씩씩하게 페달을 밟더라고요.

"무섭지 않아?"

"응 엄마, 보조바퀴 있어서 안 넘어져!"


신나게 달리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믿을 구석'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페달을 밟는 건 자기 몫이지만, 넘어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과 그로 인한 용기는 보조바퀴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중얼거리며 출판연구학교를 떠올렸어요.




출판연구학교는 1인출판사 대표를 비롯해 편집자, 마케터, 디자이너 등 출판인들이 모여 함께 공부하고 궁리하는 커뮤니티입니다. 12주라는 기간, '학교'라는 이름 때문에 뭔가를 가르치는 곳이라는 인상을 주지만, 강사도 강의도 없습니다. 구성원 스스로 발제하고 토론하며 운영해 나가는 모임이지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출판연구학교 5기로 활동했습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1인출판사를 운영하는 9명의 동기를 얻었고, 출판계에 오래 몸담아온 선배님들과 출판에 대해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기는 시간을 가졌어요.


출판연구학교 활동을 하면서, 두 가지 다짐을 했습니다.


1. 빠지지 말자

12주 간의 워크숍은 물론이고, 뒤풀이와 행사, 회의 등에 가능하면 꼭 참석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쟁쟁한 선배님들 사이에서 나이로도 경력으로도 줄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더라고요. 경험상, 그렇다면 몸빵이죠. 무조건 성실하게, 시간을 내는 성의라도 보이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매주 화요일은 '학교 가는 날'로 비워두었어요.


2. 조언을 들으면 바로 실천하자

출판연구학교에서 나누는 모든 대화가 새내기 출판사 대표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였어요. 특히 뒤풀이 자리에서 실전 꿀팁이 자주 오갔는데요.

누구에게든 조언을 들으면, 다음 만남 전에 반드시 실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상대가 반응이 없으면 더 이상 이야기해 주고픈 의욕이 사라지잖아요. 실천이 가장 적극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이번 주 화요일에 릴스에 대한 팁을 들었다면, 늦어도 주말까지는 어설프더라도 뭐든 만들어 올려보는 거예요. 나중에 해야지, 하고 넘어가면 안 하게 될뿐더러 ‘다음’이 없는데, 들은 대로 만들어보고 공유하면 그걸 토대로 다음 단계에 대해 이야기 나눌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매주 그런 식으로 혼자만의 미션을 했어요.



그러는 동안 저에게도 재미있는 일들이 생겼습니다.

발 넓은 운영위원님들의 도움으로 작가를 추천받아 기획안을 전하기도 했고요, 롤모델인 출판사 대표님을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동기 중 한 분과 연말 출간을 목표로 아카이빙북 작업을, 다른 동기와 교환일기 형태의 뉴스레터를 시작하기로 했고요.

요즘은 한창 1인 출판사 대표님들과 공저로 출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하반기부터는 출판연구학교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합니다.


혼자였다면 엄두도 못 냈을 일들을 사부작사부작 함께 벌이는 중이에요.



연대 과정에서 정보만 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토론하고 연구한 시간으로 인해 믿고 의지하며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생긴다는 것이다. (...) 홀로 일하는 외로움과 싸우거나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흔들릴 때, 함께 고군분투하며 책을 만들어 나가는 동료의 열정을 보면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 출판N <함께하는 출판의 의미 - 1인 출판사들을 위한 ‘출판연구학교’> 중에서


무엇보다, 든든한 믿을 구석이 생겼습니다.

내 편이 있다는 감각은 뭐든 해볼 수 있는 용기가 되어주더라고요. 보조바퀴처럼요. 방향을 정하고 페달을 밟는 건 여전히 제 몫이지만, 겁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됩니다. 자유롭게 두발 자전거를 타는 그날까지 열심히 기대보려고요! 여러분의 보조바퀴는 무엇인가요?




덧,

출판연구학교에서 6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보조바퀴가 필요하신 분들 어서 모이세요! 함께 나아가요. https://forms.gle/xjxUyreZGCAwa4jN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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