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소장각이 알려주는 1인출판사로 살아남기!>라는 제목의 강연을 듣고 왔습니다.
소장각은 ‘소장하고 싶은 작은 책들의 집’이라는 뜻의 출판사 겸 디자인 스튜디오인데요.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1인 출판사는 어떻게 운영될까, 궁금한 마음에 강연을 신청했어요.
'동남아시아에 진심'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대표님은 동남아시아를 키워드로 책을 만들고 굿즈 브랜드, 워크숍, 리딩룸 등 분야를 넘나들며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하시더라고요.
우선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책!
이름대로 전부 '소장각'이었어요. 단순히 아름답다기보다, 정말 다채로웠거든요. "책의 형태가 꼭 네모반듯한 종이 묶음이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책은 콘텐츠를 담는 그릇이니 각각의 내용에 맞는 형태를 찾고자 했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맥락에 맞는 폰트와 판형을 선택하고, 필요하면 수작업을 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만들어진 책의 형태가 제각각인 것도 다양한 문화를 가진 동남아시아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장각은 북페어에 활발히 참여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서울국제도서전 같은 규모가 큰 행사부터 지방의 작은 페어, 해외 페어까지, 갈 수 있는 페어는 거의 다 나간다고 하더라고요.(실제로 대표님을 어디서 봤나 했더니 3월에 참여한 북페어에서 건너편 부스에 계셨...)
교보문고, 예스24 등 주요 서점에서 살 수 있는 책과 북페어 혹은 독립서점에서만 살 수 있는 책이 따로 있다는 점도 독특했는데요. '책의 특성이 다 다르니 책마다 유통을 달리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강연을 듣는 내내 작은 출판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내 취향을 깊게 발견하고 그걸 알리는 것 아닐까, 무엇이든 진심은 티가 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의 취향과 진심, 이름서재의 5년 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영감 가득한 시간이었어요.
처음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세운 5년 계획은, '소장각 하면 동남아시아가 떠오르게 하기'였다고 해요. 책의 내용은 물론 외적으로 본인이 추구하는 미감을 담고자 초반에는 모든 책을 직접 디자인했고요.
올해로 5주년을 맞이한 소장각은 누가 봐도 동남아시아를 떠올리는 브랜드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다음 5년 계획을 전하는 수줍고 설레는 얼굴을 보며, 자연스럽게 "이름서재는?" 묻게 되더라고요.
5년 뒤에 사람들 앞에 서서 '나의 5년 계획은 이름서재 하면 수많은 이름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들이 '오 그렇지'하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책을 잔뜩 만들었을까요. '저 사람의 취향이 곧 이름서재구나,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가도 끄떡없는, 작지만 확실한 자기 자리를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나야, 어서 가서 일하렴. 5년 후의 이름서재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