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맞이한 첫 크리스마스이브, 우리는 영화관에 <코코>를 보러 갔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짧은 쿠키 영상이 나왔는데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엘사와 안나, 올라프가 마을 사람들의 집에 찾아가는 내용이었다. 어떤 집은 온 가족이 함께 쿠키를 굽고, 어떤 집은 뜨개질을 하고, 어떤 집은 사우나를 했다. 엘사와 안나가 집에 돌아가서 뭘 했더라,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그날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영화 대신 '우리 집 크리스마스 전통'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집은 뭘 하면 좋을까, 쿠키를 구울까, 케이크를 만들까, 카드를 쓸까.
둘 다 종교는 없지만 일 년에 하루쯤은 들뜬 기분으로 기다리자고, 혹시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크리스마스는 oo 하는 날'이라고 생각하며 손꼽아 기다렸으면 좋겠다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가 허무하게 크리스마스를 맞았던 기억이 난다.
3년 후, 우리는 아이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3년 만에 쿠키나 케이크는 (역시) 사 먹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얻었고, 근교로 여행을 가는 것도 포기했지만 매년 크리스마스 장식은 빼놓지 않고 있다.
- 2018년 크리스마스
- 2019년 크리스마스
- 2020년 크리스마스
여름이에게 크리스마스는 어떤 날이 될까. 종교와 상관없이 즐거운 날이었으면, 12월이 되면 캐럴을 듣고 함께 집을 꾸미며 내내 설렜으면, 단순히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 받는 날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선물을 준비할 줄 알았으면, 그렇게 주변 사람들의 크리스마스도 행복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엄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