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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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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Jan 06. 2021

잘 자라 우리 아가 제발 자라

나는 잠투정이 심한 아기였다고 한다. 낮에는 잘 놀다가 밤만 되면 집이 떠나가라 울기 시작했는데, 초보 엄마아빠였던 우리 엄마아빠는 그럴 때마다 어디 아픈 줄 알고 나를 안고 응급실에 갔다고 한다. 막상 택시를 타면 응급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잠드는 걸 보고 아빠는 큰 맘 먹고 차를 샀다. 그 후로는 밤에 울면 차에 태워 휘휘 동네 한 바퀴를 돌았고, 그래도 안 자는 밤에는 엄마가 밤새 업고 엎드린 채로 졸다가 비몽사몽 출근을 했다.


여름이도 잠투정이 심하다. 특히 밤에는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눈물까지 뚝뚝 흘리면서 운다. 어디가 아픈가 싶어 밤새 체온도 재보고, 배가 고픈가 싶어 분유도 새로 타보고, 깜깜해서 무서운가 싶어 불도 켜보지만 대부분은 그냥 잠투정이다. 아기를 자꾸 안아주면 손 타서 엄마가 고생이라고 요령껏 하라고 했지만 그래도 밤에는 좋은 꿈을 꿔야 하니까 내내 안고 달랜다. 새벽까지 잠투정이 길어지는 날에는 엄마를 생각한다. 아마 엄마도 이런 기분으로 밤새 나를 안고 달랬을 것이다.


막 태어난 사람은 스스로 잘 수도, 체온을 조절할 수도, 눈물을 흘리거나 침을 흘릴 수도 없다는 걸 서른두 살이 넘어서야 처음 알았다. 여름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서른다섯, 마흔이 되어도 몰랐을 것이다.


여름아, 우리가 살을 맞대고 안고 있던 많은 시간을 너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엄마는 아이의 온 세상이라던데, 종일 부지런히 엄마를 찾는 너를 보면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해. 이게 다 한 때라서, 내가 그랬듯 너도 너만의 세상을 만들어 우리의 품을 떠날 걸 알아서 우린 정말 최선을 다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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