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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Apr 20. 2021

일상이 지겨울 때

일본 소설을 작업 중이다. 수영과 밴드와 프리랜서 에디터가 등장하는, 누가 일부러 내가 좋아하는 소재만 모아서 이야기로 엮어준 것 같은 작품. 아주 젊은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이고, 특유의 풋풋함이 있다.


작가는 열일곱 살에 최연소 신인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신인상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가지고 있던 설렘, 작가로 인정받고 싶다는 열정 같은 걸 잃어버린 채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쓴 소설이라고 한다.  


소설에는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그들은 익숙해진 각자의 일상 속에서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는다. 그게 무엇인지도 잘 모르면서.


<독립만세>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악동뮤지션 수현이 나와서 불면증을 고백했다. 한동안 은퇴를 입에 달고 지낼 만큼 다 재미가 없었다고 덤덤하게 말하는 그녀의 눈빛이 텅 빈 것처럼 보였다. <K팝스타>에 출연했던 처음의 수현을 기억한다. 앞에 JYP가 있든 YG가 있든 그냥 노래가 재미있고 무대가 신이 나 보였던 눈빛.


사실 연예인까지 갈 것도 없다. 너무 흔한 일이라. 돌이켜보면 내게도 모든 게 재미없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스물일곱 정도 되었을 때 처음으로 크게 맞이했고, 그 후로는 종종 가볍게 왔다 갔다. 틈틈이 여행을 다니고, 이직과 결혼, 임신과 출산 같은 다양한 이벤트를 방패 삼아 근근이 넘겼는데, 최근에 그런 순간이 다시 찾아왔을 땐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일상에서 소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소설로 돌아가,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던 인물들은 사실 그 '무언가'가 특별한 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걸 확인한 후에도 누군가는 계속 수영을 하고 누군가는 계속 음악을 하고 누군가는 계속 글을 쓴다. 세상에 계속 연결된 채로 크든 작든 자기만의 결과를 만들며 '살아간다'. 그게 끝이다.


결국 우리의 눈빛을 되돌리는 방법은, 일상의 뿌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일밖에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면서 오늘을 잘 사는 것. 각자의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자기만의 속도로, 크든 작든 자기만의 결과를 만들며 살아가는 것. 그렇게, 내내 반짝이는 눈빛을 유지하는 것.


장래희망에 눈빛이 반짝반짝한 할머니를 추가해야겠다! (1순위는 빵 만드는 귀여운 할머니, 2순위로 서핑하는 할머니와 깨 볶는 노부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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