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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Jan 28. 2021

프리랜서의 (잡)일

국가지원금을 받기 위한 서류를 준비하느라 소중한 저녁 시간을 다 쓰고 말았다. 무려, 모처럼 아이가 일찍 잠들어 조용하고 평화로운 저녁 시간을! 공동인증서 비밀번호만 오십 번은 입력한 것 같다. 그런데도 아직 챙겨야 할 서류가 또 남았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 주기만 해봐라, 싶다가 그래 나랏돈을 쉽게 받을 수는 없지, 했다가 아니 내가 낸 세금인데 왜! 하다가 그냥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이런 수고로움을 견뎌 얻게 될 100만 원도 소중하니까.


매년 하는 연말정산도 매년 헤매는 나 같은 사람은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것이 속 편한 거란 걸 이럴 때마다 느낀다. 회사 경리팀에서 해주는 많은 일들을 프리랜서는 오롯이 혼자 해야만 한다. 경리팀뿐일까, 알게 모르게 도움받던 일들도 다, 전부, 몽땅 내 몫이다. 당연한 일인데 회사를 나오기 전에는 당연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내 일을 더 잘하기 위해(솔직히는 잡일을 덜 하기 위해) 독립했는데 나오고 보니 잡일 투성이다.


그나마 국가지원금이나 프리랜서 출산지원금 같은 건 직접적으로 돈이 되니 참을 수 있다. 더욱 번거로운 것은 새로운 팀과 일을 할 때마다 매번 나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책을 만들었고 어떤 책을 만들고 싶고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느라 일을 하기도 전에 힘이 빠질 때가 있다. 회의를 위한 회의를 준비할 때 못지않게 회의감이 든다.


그래도 좋은 점을 찾자면 역시 회의를 위한 회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고, 2021 출판 트렌드보다 훨씬 중요한 세금, 건강보험, 각종 지원금 등에 눈뜨게 됐다는 것이다.
내일 일어나면 함께 일하는 회사 대표님께 공손하게 문자를 보내야지. '프리랜서 국가지원금을 신청하려고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12월에 노동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서류가 필요하대요. 서류 부탁드립니다. :)))'

고달프다.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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