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나를 다시 느끼는 감각**

by 윤지니

병원 업무가 예상보다 일찍 끝났다.

아무 계획도 없는 오후가 손에 쥐어졌다.

지도 위에 이어진 물길을 따라

마음이 가는 쪽으로 걷기로 했다.


쌉싸름한 음료를 들고

이어폰을 꽂지 않은 채 발을 떼었다.

시끄러운 안쪽을

소리로 덮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발걸음보다 먼저 앞서갔다.


닿을 수 없는 쪽으로

마음이 흘러가고 있었다.

내려놓는 일은

좋아하는 것보다 오래 아팠다.

그래서 친구라는 이름 아래

곁에 머물렀다.


보아도 흔들렸고,

보지 않아도 흔들렸다.


감정은 체온처럼

숨겨도 금세 옮겨 붙었다.


조금씩 멀어지는 태도 앞에서

말하지 못한 마음들은

설 자리부터 잃었다.


아닌 척 넘겼던 장면들이

뒤늦게 얼굴을 데웠다.



“기나긴 날들 속에~”


갑작스레 튀어나온 노랫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그제야 바람이 귀에 들어왔다.

막지 않은 것은 귀였는데,

시야는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열렸다.


세상의 숨결이

천천히 안으로 스며들었다.


천을 따라 달리는 사람들,

목줄을 잡은 손들,

각자의 속도로 걷는 몸들.


어떤 개는 주인 옆에 보폭을 맞췄고,

어떤 개는 끝까지 제 고집을 밀었다.

손길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모습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났다.

고집을 피우는 마음 같았다.



감정에 무게가 생겼다.

걸음이 느려졌다.

지금의 이 감각을

어디엔가 남기고 싶어

잠시 멈췄다.


휴대폰의 녹음 기능을 켰다.

말을 꺼내려다 그만두었다.

사람이 스칠 때마다

입이 닫혔다.


조금 전까지 노래를 부르던 이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 순간엔 부러웠다.


부끄러움에 가로막히지 않는 호흡.

시선을 계산하지 않는 몸짓.

마음이 향하는 쪽으로

그냥 움직이는 흐름.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햇살과 바람 사이에서

말하지 못한 마음이

잠깐 숨을 쉬었다.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잊고 지내던 내가

오늘 조금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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