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윌리엄스 지음, RHK
"세익스피어가 30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자네에게 말을 걸고 있네, 스토너 군. 그의 목소리가 들리나?"
아처 슬론 교수가 스토너에게 던진 질문의 의미를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겠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앞에 마주 선 스토너는 이 질문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다. 자신이 마른 땅을 개척하는 농부로 살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흔들림 없는 우직한 대학의 도서관 건물처럼 스토너는 문학과 책 속에서 늙어갔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활자들이라면 문학의 생명력은 의심할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경험했듯. 문학을 사랑하는 또 다른 '스토너'들이 경험하고 있듯이.
그리고 이때 생전 처음으로 그는 고독을 느꼈다. 밤에 다락방에서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어 어두운 방구석을 바라볼 때가 있었다. 램프의불빛이 구석의 어둠에 맞서 너울거렸다. 그렇게 한참 동안 열심히 바라보고 있으면 어둠이 빛 속으로 모여들어 그가 읽던 책에 나오는 상상의 모습들을 펼쳐 보였다. 그러면 자신이 시간을 초월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강의 중에 아처 슬론이 그에게 말을 걸었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 자신을 압축해서 집어삼킨 그 환상 속에서 그는 도망칠 길도 도망칠 생각도 없었다. <존 윌리엄스, 스토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