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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May 08. 2024

그래픽 노블 <콩고>

크리스티앙 페리생 글, 톰 티라보스코 그림, 미메시스 

"조심하시오, 젊은 친구.
방갈라를 지나면
오콩고로 들어가는 겁니다.
암흑 지대죠.

거긴 순수한 야성이
노골적으로 펼쳐지는 곳입니다.
당당히 존재할 권리를 주장하죠.
밝은 빛의 세계에서도 말입니다."  <콩고, 133쪽>




조지프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을 읽으면서 '악'의 수렁에 빠져 오독하게 된 바, 급하게 책 한 권을 주문했다. 미메시스 출판사의 <콩고>는 콘래드가 선장으로서 아프리카의 콩고 지역으로 여행을 떠났던 여정을 그래픽 노블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서구 제국주의가 정점에 달했던 1890년대, 콘래드는 아프리카를 가로지르는 강줄기에 매혹되어 있었다. 그것은 '길고 긴 매혹적인 뱀'처럼 유혹하는 미지의 세계였으며, 아프리카 지도를 바라보는 콘래드의 시선 역시 당시 제국주의자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콩고를 정복과 착취의 대상이 아닌 계몽의 대상으로 바라보았다. 


기나긴 항해 끝에 들어서게 된 콩고에서 마주친 원주민들은 알 수 없는 강렬한 시선으로 그를 응시했다. 우거진 검은 숲에서 그는 오직 어둠의 장막만을 찾을 수 있었다. 콘래드가 꾸었던 콩고라는 꿈은 낯선 암흑으로 변해 그를 두렵게 했다. 


식민지 경영을 주도했던 다른 백인들은 콘래드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백인들은 원주민을 노예로 부렸고, 일부 부족과는 거래를 하기도 했다. 백인들은 콩고에서 코끼리의 상아(와 고무)를 원했는데, 그들이 원주민을 지배하는 방식은 잔인함과 비인간의 극치였다. 


그들의 무기는 총과 채찍이었다. 원주민을 생명을 가진 존재라기보다는 도구의 일부로 사용했다. 원주민을 죽이는 것에 어떤 죄의식도 느끼지 않았는데, 충격적인 것은 자본의 맛을 본 원주민 부족의 족장도 부족민에 대해 백인들과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었다. 


콘래드의 항해는 소설 <어둠의 심연>에서 '쿠르츠'라는 인물의 원형인 '클랭'을 유럽으로 데려오면서 끝이 난다. 소설 속에서 쿠르츠는 원주민 부족을 지배하며 광기 어린 악의 화신으로 변모한 모습이었지만, 현실 속 클랭은 "꿈이 악몽으로 변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을 남기고 죽는다. 


<암흑의 핵심>이 출판될 당시에는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여서 콘래드의 인식에도 한계는 존재했다. 그러나 그가 경험한 '악'은 폭력적인 힘으로 사람들을 지배하는 모든 행위였으며, 그것은 제국주의와 식민지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었다. 


단편 <진보의 전초 기지>와 이후 출간된 <암흑의 핵심>에는 콩고에서의 경험과 통찰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소설은 제국주의의 검은 민낯을 드러내는데 성공한다. 그것은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착취하는 자본주의의 민낯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다른 식민지 정착자들과는 달리 그는 적어도 자선을 내세우는 제국주의가 사실은 유토피아에 불과하다는 점만은 충분히 깨달았다. 상업적인 이익만이 우선하며, 맹목적인 이익 추구를 위해서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 콘래드는, 가장 지탄받아야 할 것은 천하의 괴물 같은 쿠르츠의 태도가 아니라, 더 많은 상아를 위해 처음부터 그가 택한 방법을 잘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한 사장을 비롯한 다른 모든 사람들의 태도라고 말한다." <콩고, 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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