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리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 달
조승리 작가의 에세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읽었다. 이 책의 특이점은 표지 그림에서 드러난다. 두더지들이 깃발을 들고 있는 장면은 뭔가 생뚱맞게 다가왔다. 물음표를 안고 책날개를 읽었다. '열다섯부터 서서히 시력을 잃어 이제는 눈앞이 어둠으로 가득'한 시각장애인. 표지의 두더지들은 작가 자신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표지 그림이 두더지인줄 알았는데 도요새라고 한다ㅠㅠ 도요새는 날개는 있으나 날지 못하는 새로 현재 멸종되었다.)
이 책은 조승리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서부터 눈이 멀어가면서 겪게 되는 엄마와의 갈등, 작가가 일터에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 구성진 필체로 쓴 글의 모음이다.
작가는 시각장애인으로 살기 위해서 많은 것을 빠르게 '체념'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불꽃'처럼 삶을 향유한다. 시각장애인 동료들과 해외여행을 떠나고 탱고를 배운다. '지랄맞은' 일상을 '축제'로 바꾸기까지 작가가 겪은 사건과 여러 결심들. 책에 담긴 것은 그러한 이야기들이다.
작가 자신을 포함하여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은 멀지 않은 곳에서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을 테지만 (어쩌면 그들 중에 내가 있을지도...) 있지만 없는 사람처럼 쉽게 만나지지 않는 희미한 누군가이다. 경계 너머에는 늘 사람이 있다. 그들을 만나려면 경계부터 지워야 한다. 조승리 작가의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읽는 일은 그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