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철 <불안사회> | 다산초당
한병철 교수의 에세이 <불안사회>를 읽었다. 비교적 잘 읽혔지만 하이데거, 카뮈, 아렌트 등 여러 철학자의 사유를 비판하면서 전개되는 본격 철학 부분은 역시나 쉽지 않았다.
한병철 교수는 '불안'을 '희망'이 결여된 상태로 진단한다. 저자는 현대인에게 불안은 사회적으로 조장된 측면도 있다고 말한다. 불안은 자본주의를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중요한 감정축으로 작동하며, 불안을 느끼는 현대인은 시스템 안에서 자발적으로 자신을 갈아 넣는다. 불안 앞에서 자유로운 현대인은 거의 없을 것인데,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것은 당연하게도 희망을 회복하는 것이다. 한병철 교수는 불안보다 희망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기술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데, 그가 말하는 희망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정신이라고 압축할 수 있겠다. 희망하는 것은 끝내 오지 않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희망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태도는 '근자감'과 같은 마냥 해맑은 낙관주의와는 또 다른 것으로, 희망에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자각하는 선명함이 전제되어 있다.
현실이 암울하다면 과연 어떻게 희망할 수 있을까, 유리멘털의 소유자로서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현실이 암울할 때 오히려 더욱 희망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희망이라는 것 자체가 인간 의지의 상징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체 게바라가 말했다고 전해지는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꾸자"는 명언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지금, 불안한 나를 붙잡아주는 희망의 말은? 희망은 구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