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3 시대에 갤2를 지향하며

아이폰 유저지만, 나는 갤럭시 S2를 지향한다.

갤럭시 시리즈가 20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뜬금없이 S2이야기가 우스울 수도 있다.

세기말 감성, 레트로라고 치부하기엔 갤럭시 S2는 너무 투박하다.

성능이 기똥차게 좋은 것도 아니다.

전자기기 마니아가 아니고 기억력도 나빠서 그런지

아무리 떠올려 보려고 해도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내게 갤 2는 다른 스마트폰과 다르다.



강하고 오래 쓸 수 있다.

이후 출시된 스마트폰은 액정이 설탕처럼 부스러진다 하여

설탕 액정, 유리 액정 등으로 언급되기도 했지만,

갤 2는 삼성의 실수라고 불릴 만큼 튼튼하다.

그래서 오래 쓸 수 있다.

아니, 끈질기게 고장 나지 않았다.




여러 차례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각기 다른 선생님이지만 공통적으로 언급하신 내용이 있었다.


‘심리적으로 저질체력, 방전이 빠르다, 에너지 고갈과 소모가 심한 편.’

인내심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심리적인 소모가 빨라서 남들보다 빨리 지친다는 말이었다.

그러고 보면 심사숙고의 심사숙고 끝에,

호기롭게 시작한 일들을 끝맺지 못한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나는 한동안 부레옥잠이었다.

뿌리 깊은 나무가 되고 싶었지만 수면 위에 얕게 둥둥 떠 있는 부레옥잠.

그것이 한동안 나를 지배했던 내 이미지였다.

‘보통’의 양육 환경, 소위 말하는 ‘양육자’의 부재가

나를 부레옥잠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늦은 저녁 가로등에 의지해 길을 걸어가던 때였다.

아파트가 없는 골목은 낮은 빌라들로 군집을 이뤘다.

자동차가 지나가면 강렬하게 골목이 밝아지다

이내 다시 어둠에 자리를 내주었다.

예고도 없이, 내면에서 근거 없는 의지와

뭐든 이뤄낼 수 있을 것 같은 동기가 꿈틀거렸다.


그래, 난 갤럭시 2야!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고,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에 걸맞은 스마트폰.

투박할지 모르는 디자인은

센스와 감각이 부족한 내가

나름 끼워 맞추려는 공통점.


이 말을 당시의 상담 선생님께 했더니

무척 좋아하시며 고개를 끄덕인 게 기억난다.

그리고 나선 한 마디를 덧붙이셨다.


“그 당시 스마트폰은 배터리 용량이 지금보다 작고,

추가 배터리가 있어서 배터리가 닳으면 바꿔 낄 수 있잖아요.

추가 배터리처럼 에너지를 항상 보충할 생각을 하면 더 좋겠네요.”


아무리 용량이 큰 스마트폰도

오래 쓰다 보면 전체 배터리 효율이 떨어진다.

갤 2가 아니라도 누구나 마음 한편에

추가 배터리를 둔다면 손해 볼 일은 없지 않을까.


그리고

미래에는 어떤 스마트폰을 지향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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