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뷰(view)

아파야 볼 수 있는 풍경


본격적인 항암 치료가 시작되었다.


사실 대학병원까지 온 마당에

카페나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정보를 머릿속에 욱여넣고 싶진 않았다.

완전히 의료진에게 맡기고픈 마음이 컸다.

그랬기에 가족이 아프면 전문가가

된다는 사람들이 대단했다.


할머니는 항암주사를 맞았고

이후 방사선 치료를 받을 거라고 했다.

게다가 암세포의 위치가 심장 부근을 지나서

심장 내과 협진도 필요했다.


항암은 약 2~3주 간격으로

나흘 연속으로 진행된다.

첫째 날부터 셋째 날은 항암 주사를,

넷째 날은 백혈구 촉진 주사를 맞았다.


이 중에서 제일 고역스러운 건 첫째 날인데

주사 맞는 시간만 6시간이 소요된다.

수액-약물-약물-수액으로

1시에 맞기 시작하면 7시가 되어 끝난다.

그래서 첫째 날에 맞을 땐 접수 쪽에서도

최대한 빨리 자리를 배정해준다.


그렇게 침상 또는 의자에 앉아서 주사를 맞는데

운 좋게 창가 자리가 잡히면

나는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아파야 볼 수 있는 풍경


아픈 이들에게는

한낱 풍경에 불과할 테지만

철이 없는 나는

풍경으로 답답한 마음에 위안을 얻었다.



암 진단을 받고

나 빼고 우리 가족은, 우리 가족답게 울었다.

언니와 동생은 혼자서 눈물을 한 번 뺐고

할머니와 언니가, 할머니와 동생이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더란다.

반면 나는 눈물이 한 방울도 나지 않아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할머니를 부둥켜안지도 않았다.


그저, 이 상황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그래서 과거형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고 여겼던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위로한 건
수많은 암환자들이었다.


외래항암약물센터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어선에 가득 찬 물고기처럼,

그물 속에서 팔딱이는 물고기처럼,

생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기적이게도

나만 불행하지 않다는 안도감이

몸에 와닿은 순간

마음은 가라앉았다.

그래서 감정이 여름날 폭죽처럼 터질 뻔한

순간이 있었지만

물에 젖어 끝내 터지지 못하고

쉬익 가라앉는 것처럼

그렇게 고꾸라졌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이성적이진 못하더라도 예민하면 안 되니까.

예민한 건 암과 싸우는 환자로 충분하다.


보호자는 환자가 놓칠 뻔한 검사, 주사, 예약을

봐주는 걸로 족하다.

항암주사실의 풍경이 그렇게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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